[이 책] 최열의 '옛 그림으로 본 제주'
눈부신 예술가가 담은 신과 자연의 섬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5. 21(금) 00:00
무신도·탐라순력도·십경도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

“육지선 상상할 수 없던 화면”


제주목관아 홈페이지에 공개된 '탐라순력도' 이미지 중 '성산관일'.
그 역시 제주를 "천혜의 명승지"로 여겼다. 어느 푸른 밤 바다를 건너와 지친 몸과 마음을 뉠 수 있는 이국적인 풍광의 섬 말이다. 알아갈수록 제주는 그에게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옛 이름 '탐라'의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니 거기엔 신과 자연이 있었다. 그 여정에서 제주를 담은 옛 그림들을 만났다. 그게 20여 년 전의 일이다.

미술사학자 최열이 스무 해 넘게 살펴 온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을 모아 단행본을 묶었다. '옛 그림으로 본 제주'다. 지난해 '옛 그림으로 본 서울'에 이은 제주 편은 어제의 그림을 통해 오늘을 읽는다. 여러 그림 속 장소를 일일이 불러내 신과 자연이 중심에 있던 섬이 욕망과 개발, 4·3과 같은 야만의 시대를 만나며 차츰 그 존재감을 잃거나 빛이 바래고 있음을 짚었다.

출발지는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10폭의 '내왓당 무신도'다. "19세기 조선의 종교 미술 분야에서는 물론 한국미술사상 신을 그린 그림으로는 가장 탁월한 예술성을 과시한다"는 작자 미상의 내왓당 무신도를 두고 그는 "이 작품의 존재만으로 제주 땅이 스스로 눈부신 예술가를 갖춘 보물창고였음은 확실하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그가 반한 그림은 또 있었다. 내왓당 무신도보다 적어도 150여 년 전에 출현한 '탐라순력도'다. '옛 그림으로 본 제주'를 집필하게 된 결정적 배경도 탐라순력도였다. 저자는 이형상 제주목사의 '기획'으로 김남길이 그린 탐라순력도에 대해 "무려 마흔한 폭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육지의 사람들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제주의 사람과 자연을 형상화했다"면서 "한국미술사상 최고 수준의 독창성을 지닌 이 그림들을 마주한 순간 제주는 나에게 신세계, 즉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왔다"고 당시 떨리던 감정을 나눴다.

'영주십경도', '탐라십경도', '제주십경도', '제주십이경도' 등 탐라순력도와 유사한 화풍의 지도들도 "우아한 자태"의 "제주 실경화"로 소개했다. 그는 제주를 그린 이들 지도야말로 "제주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경도"라고 칭했다.

저자는 출간을 기념해 제주 독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이달 22일 오후 1시 탐라도서관(온라인), 오후 5시 30분 재주상회(오프라인)가 그곳이다. 혜화1117. 3만85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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