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게임이나 어제 먹었던 떡볶이를 주제로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이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빨간 단풍잎을 보며 감탄하다, 급기야 손으로 주웠고, 동행한 선생님에게 단풍이 물드는 이유를 묻기도 한다. 자연이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돼준 순간이다.

　7일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에서 대정중학교 2·3학년 학생 9명과 교사 5명을 대상으로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와 함께하는 숲 학교'가 진행됐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정중학교 '과학 동아리' 소속으로, 평소에도 생태, 환경, 지질 등 과학 관련 주제에 대해 탐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 역시 숲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지식을 전수 받게 하려는 교사들의 뜻이 모여 이뤄진 것이다.

　코스는 돌오름에서 출발해 거린사슴오름까지 약 5.6㎞에 달하는 숲길을 걷는 것으로 이뤄졌다.

　이날 길잡이 겸 해설을 맡은 김서영 사단법인 한라산둘레길 팀장은 "날씨가 많이 추울까봐 걱정을 했는데, 기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따뜻해 다행"이라면서 "현재 돌오름길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고, 화산활동의 흔적인 용바위, 판상절리 등 지구과학 시간에 들을 수 있었던 주제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고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걷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은 게임이나 음식, 친구 등 각자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하며 걸었다. 돌뿌리가 많아 서로 손을 잡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웃긴 얘기가 나올 때면 서로의 몸을 때리거나 팔짱을 끼기 일쑤였다.

　

7일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에서 대정중학교 2·3학년 학생 9명과 교사 5명을 대상으로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와 함께하는 숲 학교'가 진행됐다. 송은범기자

하지만 단풍과 은행나무와 마주하고 나서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이어 동행한 과학 교사에게 '엽록소', '떨켜층', '색소' 등의 단어를 꺼내며 단풍이 드는 이유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어 목격한 것은 노루였다. 아이들은 숲 속에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생명체, 그 것도 귀여운 노루가 눈앞에 나타나자 처음엔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옆에 있던 교사들은 대정지역에는 노루를 목격할 기회가 별로 없어 아이들은 유독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1시간쯤 지나 나타난 용바위에서 10분간 쉬기로 했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은지 용바위에 대해 써놓은 표지판을 읽고 난 뒤 앞다퉈 서로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선생님이 준 초콜렛 봉지를 받아 참가자 모두에게 배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몸이 완전히 풀린 아이들은 남은 코스를 빠른 속도로 소화했다. 걷는 중에 만난 판상절리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예전에는 이걸 가져와서 구들장으로 썼단다"라고 말했고, 빽빽한 나무 군락이 나올 때는 김서영 팀장이 "나무들도 친척과 같이 있을 때는 함께 자라지만, 익숙치 않은 나무와 있을 때는 생존경쟁을 벌여요. 어찌보면 나무나 인간이나 살아가는 건 비슷하다는 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가 끝난 후 대정중 2학년 이채윤 학생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탐구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오늘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더 집중되고, 기억에도 더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