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언어로 빚은 제주문학과 만남
한국문학번역원 '교차언어 낭독회' 9월 25일 수상한집서 열려
제주 현택훈 시인 고른 10편 김유정·배영재 번역가 영어로 번역
"미묘한 감정 어떻게 옮길지 궁금"… "제주방언 몰라 오역할 뻔"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0. 09. 27(일) 16:39
지난 25일 제주시 도련1동 수상한집에서 제주 현택훈 시인과 김유정·배영재 번역가의 교차언어 낭독회가 열리고 있다. 진선희기자
제주 현택훈 시인이 먼저 나직한 음성으로 읊었다. '별도봉 아래 산과 바다가 만나 모여 살던 사람들/ 원담에 붉은 핏물 그득한 그날 이후/ 이제 슬픈 옛날이 되었네'라는 '곤을동'이 그 시작이었다. 시인에게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안긴 그 시는 고통의 나날을 건너며 조작 간첩 누명을 벗은 이가 마음 누울 곳으로 만든 공간에 머물렀다.

지난 25일 저녁 제주시 도련1동의 '수상한집'. 2017년부터 교차언어 낭독회를 이어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이번엔 제주에서 '역:시(譯:詩)'를 진행했다.

이날 소개된 시는 미발표작 '워킹홀리데이'를 포함 시인이 앞서 나온 시집에서 고른 10편이다. 시인이 한국어로 읽으면 번역상 수상 이력의 김유정·배영재 번역가가 각각 영어로 옮긴 시를 번갈아 낭독했다. 시인은 간간이 창작 배경을 풀어냈고, 해당 작품을 누구보다 샅샅이 해체하고 살피는 '독자'들인 번역가들은 몇 단어를 옮기기 위해 3시간 동안 고심해온 일화를 전했다.

시인과 번역가의 육성으로 실어나른 시들은 온전히 시에 집중하며 상징이나 은유로 그려내는 제주의 삶과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제주문학 번역 사례가 드문 현실에서 이 시편들은 해외 영어권 독자들에게 제주를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

낭독이 끝난 뒤 시인은 '봄노래'처럼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 감정들을 어떻게 번역할지 궁금했다고 했다. 한국어 말미의 어감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를 영어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김유정 번역가는 '봄노래' 속 '백강셍이'(White Dog)를 제주방언이 아니라 신화 속 인물로 잘못 알고 오역할 뻔한 일도 털어놨다. 배영재 번역가는 사전 영상으로 띄운 번역시 '곤을동'의 '어허어야 뒤야로다'를 실제 민요를 부르듯 읽으며 낭독을 통해 시의 또 다른 맛을 살렸다.

올해 한국문학번역원의 교차언어 낭독회는 제주 등 8개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다. 소설 낭독회를 새롭게 더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을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독자들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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