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데스크] 도정(道政) 난맥상(亂脈相)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입력 : 2020. 09. 25(금) 00:00
우리는 과거 부터 외세의 침입에 맞서 싸우는 전쟁을 비롯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까지 경험한 역사를 갖고 있다.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인 것으로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각종 무기를 이용해 싸우던 전쟁으로 인한 공포는 이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한 공포를 두고 하는 얘기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에 이어 끊임없는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힘들어하고 있다.

역경속에서도 우리나라는 K방역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철저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기 극복 과정속에 제주특별자치도정의 난맥상(亂脈相)이 드러나면서 도민들에게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못하고 있다.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게 만든 공직후보자의 임명 강행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도정의 오류와 어설픈 대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의회에서 도지사의 동의를 얻어 의결된 예산을 제주도가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해 삭감 또는 부결한 행정 행위가 관계 법령 등의 규정을 벗어났다는 결론이 났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이었던 복합환승센터는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중단됐다. 제주도 첫 지역화폐에 대한 잡음도 나오고 있다. 제2공항 문제는 수년째 답보나 다름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에 대한 불신은 해소는 커녕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축재정을 강조하며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는 얼마 전 세입 감소 및 코로나19 대응, 도민 안전과 민생경제 사업에 최우선 재정투자를 위해 비효율적인 연례적·반복적 예산편성을 개선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인해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제주도의회는 긴축재정이 아니라 확장재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연례적·반복적 예산편성을 개선하게 되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ctrl+c(복사하기)→ctrl+v(붙여넣기) 행태를 할 수 없어서 도정은 큰일이다. 더구나 정기인사라는 자리이동과 일부 무책임한 행정으로 대충 넘어가고, 묻히는 일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설상가상 원희룡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원 지사가 취업 지원기관을 찾아 직원 및 교육생에게 피자를 제공한 것과 지역내 업체가 만든 영양식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한 것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권 야망을 갖고 있는 야권의 유력한 주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바빠지게 된 셈이다.

수장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도정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리저리 흩어져서 질서나 체계가 서지 않은 일의 양상을 일컫는 난맥상은 과거보다 더 심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서, 사람이 바뀌어서"라는 변명이 있을 수 있지만 행정의 수혜자인 도민들은 그것을 쉬 용납하지 않는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공직자들이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조상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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