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지질 다양성과 식물의 종류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입력 : 2020. 09. 17(목) 00:00
지질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질공원에서는 지질과 생물 그리고 문화의 상호관계를 연결해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남쪽에서 고산지대를 이루고 있어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생물다양성을 지질과 연계해 비교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2020년 국립공원이 발간한 '국립공원 기본통계' 보고서를 이용, 지질과 식물 간의 관계를 간단히 비교해봤다.

22개의 국립공원 중 단위면적당 식물 종이 가장 많은 곳은 태안해안 (36종/㎢), 무등산(23종/㎢), 태백산(18종/㎢), 월출산(16종/㎢), 가야산(13종/㎢)의 순서였고, 한라산은 6종/㎢으로 13위였다. 조사 방법이나 비교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나 화산암이 극히 우세해 지질다양성이 높지 않은 제주도로서는 그래도 괜찮은 순위이다. 유명한 국립공원인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보다는 2배 정도 식물 종이 더 많으므로 원천적인 한계를 극복한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화학성분이 다양한 암석에서 특이한 종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국외에서는 특이식물이, 사문암에서는 285종, 화강암은 109종, 석회암은 90종, 화산암은 88종, 사암은 16종 등의 순서로 보고된 사례가 있다. 사문암은 중금속의 함량이 비교적 높다. 따라서 일반적인 식물은 그 독성을 견디지 못하지만 그것을 이겨낸 식물은 특이 식물 종으로 남게된다. 현무암은 철과 마그네슘이 사문암보다는 적지만 다른 사암 등 퇴적암보다는 많아 일반적으로 오래된 현무암지역은 양호한 식물 피복을 보이고 생물 다양성이 비교적 높다고 한다.

화강암에서 특이식물이 비교적 많이 발견되는 것은 암석의 화학성분이 비교적 다양하고, 특히 식물의 필수영양인 칼륨 성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태안해안 국립공원이 단위 면적당 식물 수가 가장 높은 것은 공원의 육상면적이 작은 반면에 화산암, 화강암, 변성암, 퇴적암 등 지질이 다양하고, 해안선이 50㎞ 이상으로 미소 기후가 다르고 해안이므로 지형다양성이 높은 것이 여러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무등산 국립공원은 제주도 보다 4배 이상 식물 종이 분포하는데, 이곳은 화산암 이외에 화강암, 퇴적암 등이 제주도보다 더 많고 다양하게 분포한다. 따라서 각 지질에서 독특하게 자라는 식물 종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 간 비교자료를 보면 한라산 국립공원은 단위면적당 식물 종의 숫자가 중간정도이므로 식물 다양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은 아니다.

이는 제주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한라산 국립공원만 비교한 것이므로 유의할 필요는 있으나, 제주도의 자연자원을 관리할 때 고려할 사항을 말해 준다. 즉, 제주도는 지질 다양성 측면에서는 화산암이 극히 우세하므로 다른 지역보다 양호하지 않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지질다양성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면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인 지형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발견되는 아주 작은 식물이라도 큰 의미가 있다. 자연적 변화가 인위적 변모를 능가하는 '보물섬' 제주도가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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