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김두전 소설 '대왕고래의 죽음과 꿈 가진 제돌이'
160년 세월 넘어 바다에 닿은 꿈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0. 07. 24(금) 00:00
2013년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에 방류되고 있다.
김녕마을의 전설지 고래수
끝내 죽음 맞은 갇힌 고래

훗날 제돌이 방류로 한 풀어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던 어느 겨울 제주 김녕마을. 성난 파도가 흰거품을 내뿜으며 갯바위를 사정없이 때려치고 물러난 자리에 어마어마하게 큰 고래가 나타난다. 대왕고래였다. 멸치떼를 쫒아 왔다가 물이 빠지자 갯바위 사이 깊은 웅덩이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만장굴 꼬마탐험대' 일원이었던 김두전(86)옹이 쓴 '대왕고래의 죽음과 꿈 가진 제돌이'는 마을에서 '고래수'로 부르는 전설지에서 시작된다. 소설 제목에 이미 대왕고래의 운명이 예고됐으나 뒤이은 제돌이를 통해 독자들은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하루속히 기력을 되찾아 넓은 바다로 무사히 돌아가 자유의 몸이 되어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올 때는 많은 멸치떼를 몰고 와서 우리 마을에 풍어장을 만들어 주십시오. 날씨가 풀리고 돌아갈 수 있기를 하늘에 간절히 비옵니다."

마을의 어부나 해녀들은 앞바다를 지키는 대왕고래가 해마다 풍부한 해산물을 가져오는 '바다의 대장'이라 믿었다. 마을에선 갖은 방법을 써서 대왕고래를 살리려 하지만 끝내 숨을 멈춘다. 고래의 죽음은 마을에 고통을 안긴다. 고래 해체와 고래 기름 상납 사건으로 관아와 갈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을을 살린 건 또 다른 고래였다. 고래가 몰고 와준 갯멜 어장은 마을에 새날을 꿈꾸게 한다.

장인식 제주목사가 재임하던 19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2013년 제주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의 사연으로 이어진다. 160여 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어 제주 앞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의 쇼돌고래로 살았던 제돌이, 춘삼이를 대왕고래의 '후손'이자 남매로 그렸다. 제돌이 남매는 대왕고래가 그랬듯 묶인 몸이었지만 자유에 대한 바람을 놓지 않았다.

김녕 바닷가엔 돌고래 방류비가 세워졌다. 거기에 담긴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란 문구는 제돌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 먼 과거에 비극적 결말을 맞았던 대왕고래도 그 순간 갯바위를 벗어나 제주 바다로 향했을 것이다. 도서출판행복에너지. 2만원.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