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항소심도 무기징역..의붓아들 살해 무죄
항소심 재판부 "전 남편 계획적 살해" 유죄 인정
"숨진 의붓아들 포압사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재판부 "검찰 증거 압도적 범죄 증명 수준 아니"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0. 07. 15(수) 12:03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15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자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상국기자
[종합]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7)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고유정이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검찰 측의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처럼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숨진 의붓아들 사건은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의 상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지만, 대법원은 사실심(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닌 법률심(사실 관계에 대한 법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판단)만 맡고 있어 1·2심의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15일 살인·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7)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선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잔인하게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하고·은닉해 유족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족들이 고통이 매우 심하고, 피해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친어머니에게 살해됐다는 기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선 원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항히스타민제(감기약 성분의 일종)를 복용한 상태였고, 평소 잠버릇이 있던 친부가 (아들과 같은 침대에서 잘 당시)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붓아들이 포압사(어린아이가 성인의 몸에 눌려 질식해 사망하는 것)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또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추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피고인이 사건 당일 오전 2시35분에서 2시36분 사이 인터넷을 검색했다는 검찰 측 증거는 증인 신문에서 증명력이 번복돼 피해자가 사망한 시각에 피고인이 깨어있었다거나, 집안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들었다.

숨진 의붓아들의 친부인 홍모(37)씨는 재판부가 고유정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계속 언급하자 판결을 듣지 않고 재판 도중 법정을 빠져나갔다.

홍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국과수 감정관 등이 포압사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해 고씨의 살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될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안타깝다"면서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입증은 엄걱한 범죄 증명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이번 사건처럼 결론이 나오면 밀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범인이 모든 증거를 없애버리고 수사마저 부실하다면 진실을 가릴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의붓아들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또 그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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