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위기' 이재용 '마지막 카드' 꺼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절박함 담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 부회장 "보고받거나 지시 없다" 결백 입장…재계 "경영위기 우려"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입력 : 2020. 06. 03(수) 13: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것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객관적 판단'을 내려달라는 삼성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그동안 1년 8개월에 걸친 이번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삼성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이 제도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 심의 대상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부회장에 앞서 검찰에 불려간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만해도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 100여명에 달하고, 소환 횟수도 1천여회에 이른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 압수수색도 삼성 관계사 17곳에서 7차례 정도 이뤄졌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잇단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삼성의 시작을 선언한 이후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

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지난달 중순엔 코로나19를 뚫고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평택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건으로 이 부회장이 다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삼성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선 현재 이번 계열사 합병 건 외에도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와 관련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글로벌 위기 속에 삼성의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고 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결백함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특수성을 들어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1년8개월이나 끈 사건인 만큼 무조건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삼성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합병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탁한 사실이 명확치 않고, 바이오로직스 건도 시민단체의 무리한 고발과 검찰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기소 자체가 무리가 있기 때문에. 기소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심사를 청구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삼성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잇단 압수수색과 경영진 소환 등으로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소송 등을 통해 결론 내려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한국 경제가 대내외 위기로 엄중한 상황에서 기업 총수가 각종 수사·재판으로 붙잡혀 있으면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겠느냐"며 "검찰의 기소와 구속 여부에 따라 경영활동에도 크게 차질을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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