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송중 사고 낸 구급대원 형사처벌 면했다
제주지검,구급대원 상대 보호자 치상 혐의 기소유예 처분
경찰은 기소의견..검찰 시민위 의견 들어 경찰 판단 뒤집어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0. 06. 03(수) 11:58
응급환자 이송하다 사고나 파손된 119 구급차.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려 없음.
지난해말 제주지역에서 60대 응급환자를 태우고 구급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낸 119구급대원이 우여곡절 끝에 형사 처벌을 피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제주소방안전본부 소속 구급대원 A(35·소방교)씨를 기소 유예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사안이 경미해 검사가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운전하는 구급차가 지난해 12월12일 오전 6시28분쯤 의식을 잃은 B(당시 61세)씨를 싣고 병원으로 가던 중 제주시 오라2동 오라교차로에서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촉발됐다.

 사고는 A씨의 신호 위반 때문에 발생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인근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토대로 구급차가 빨간불에 교차로로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A씨는 B씨를 태우고 제주시 아라동 모 종합병원에 도착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자 운전대를 돌렸다. A씨는 다시 급히 구급차를 몰아 제주시 연동의 한 종합병원에 가던 중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씨 보호자와 구급대원을 포함해 모두 4명이 다쳤다. 이중 B씨는 사고 이틀 뒤인 그달 14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 시 신호·속도 위반을 해도 처벌 받지 않지만 A씨 사건은 교통 사고를 일으킨 경우라서 이야기가 달랐다. 교통사고 처벌 기준을 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는 도교법과 달리 긴급 자동차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다.

 경찰은 고심 끝에 B씨를 숨지게 한 혐의에 대해선 '교통 사고가 B씨의 사망원인이 아니다'는 부검의 소견을 토대로 무혐의를, B씨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선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A씨의 사건이 경찰청 내부지침으로 정한 상당성과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환자 치상 혐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응급환자를 긴급히 이송해야 해 신호를 위반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상대 차량을 발견했을 때 급히 제동하면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상당성이 부족하고, 또 환자 보호자가 크게 다쳐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정한 긴급자동차의 정당행위 기준은 긴급성과 정당성, 상당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 5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 내부 지침은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긴급자동차의 정당행위 기준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해 법률적 근거를 갖는 것은 아니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경찰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

 검찰도 A씨의 신병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했다. 검찰은 시민의 의견을 들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환자 사망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보호자 치상 혐의에 대해선 기소유예 의견을 제시했으며 검찰도 이런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공익 목적의 구급활동을 하다 사고를 낸 점을 감안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8년 2월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의 책임을 감면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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