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강하다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입력 : 2020. 06. 03(수) 00:00
코로나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지역 사회에 퍼지면서,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제 되고, 필수적인 의료와 식료품 서비스 등을 제외한 모든 가게들이 영업을 중지해야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며 다 함께 코로나에 맞서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필자 또한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이 사는 가족 외에는 접촉하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예정되어 있던 귀국을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최근 한국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입국 즉시 공항에서 시행한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다시 2주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철저한 자가 격리를 하게 되었다.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커녕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생활이 지속되니 처음에는 이상하기만 하던 기분이 점차 외롭고 우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순식간에 삶의 모든 면이 침체되어버린 이 시기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절망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위한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이것을 "본래 상태로 돌아오는 힘", 즉 회복력 혹은 회복 탄력성 등으로 부른다. 회복력 연구의 좋은 예가, 우울증에서 회복을 잘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 지에 관한 연구이다. 우울증에서 회복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간 관계라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을 수 있지만, 서로 교감하고, 지지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보다 쉽고 빨리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아니면 돈독한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인간 관계가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지 우울증만이 아니다. 학대 혹은 커다란 사고나 재난으로 인해 남는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가 다 회복된 후에도 더 깊이, 또 오래 지속되곤 한다. 특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저항하거나 이성적으로 이해할 능력이 없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다름 아닌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는 인간 관계의 존재다. 어떠한 상처와 고난을 겪었을 지라도, 결국 그것을 이겨내게 돕는 것은 변함 없는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줄고 많은 일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인간 관계의 형태가 단시간에 극적으로 바뀌었지만, 그 전에도 이미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가진 인간 관계를 줄이고 희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인간 관계의 형태와 질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에 대비하고 깊이 사유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다. 인간 관계야말로 우리가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갈 힘을 얻는 중요한 원천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은 코로나 백신의 개발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 없다. <이소영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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