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월을 새겨온 문학… 70여 년 역사를 담다
제주민예총 4·3예술축전으로 4·3문학 아카이브 기획전
1948년부터 근작까지 망라…6월 5일엔 이산하 시인 대담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0. 06. 02(화) 18:47
제주4·3은 제주섬에서 금기의 언어였다. 오랜 침묵을 깬 건 1978년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었다. 사건 발발 30년이 지나서야 4·3의 비극을 증언하는 '4·3문학'이 비로소 시작된다. 제주4·3평화재단이 2012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을 내기 전부터 제주 시인과 소설가들이 4월을 문학으로 살려왔다. 4·3평화문학상에 단체 부문 수상이 있다면 그 상은 제주작가회의를 중심으로 한 지역 문학인들에게 가장 먼저 돌아가야 한다.

4·3문학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자료전이 펼쳐진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의 '4·3항쟁 72주년 27회 4·3문화예술축전' 첫 행사로 '4·3문학 아카이브 기획전-지문'이 열린다.

제목에 달린 지문은 중의적이다. 4·3을 문학에 그려온 지문(紙紋), 제주섬 역사를 문학의 언어로 기억하려는 지문(誌文), 4·3문학의 정체성이 새겨진 지문(指紋), 제주 땅이 살아온 무늬인 지문(地紋)이다.

이 전시에서 정리한 4·3문학은 1948년 이수형의 '산사람들'에서 2010년 이후 근작까지 닿는다. 그 흐름은 '순이삼촌'을 전후로 4개 시기로 구분했다.

4·3의 와중엔 이수형의 시 '산사람들', 함세덕의 희곡 '산사람들'이 있었다. 제주민예총은 이들 작품이 당대적 입장에서 4·3을 이야기한 최초의 발화라고 했다. 1978~1987년엔 오성찬의 '단추와 허리띠' ,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 등 4·3 문학 1세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나왔다. 고시홍의 '도마칼', 한림화의 '불턱'도 이 시기 소설이다. 1987년엔 4·3을 항쟁적 시각에서 형상화한 이산하의 장편시 '한라산'이 나왔고 시인은 옥고를 치르게 된다.

6월 항쟁은 4·3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이끌었고 1987~1999년에는 김관후, 김석희, 김창집, 오경훈, 이석범 등 4·3의 서사화를 시도하는 작가들이 늘어난다. 재일작가 김석범의 '화산도'가 우리말로 일부 번역됐고 북한 소설인 김일우의 '섬사람들'도 남한에서 출간됐다. 김용해, 김명식, 문충성, 강덕환 김경훈, 문무병 등 시 창작도 잇따랐다. 4·3문학 운동을 통해 축적된 역량은 1998년 제주작가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엔 제주 4·3 특별법 제정이 창작에 영향을 미쳤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출발이라는 입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문학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시, 소설을 넘어 희곡, 동화 출간도 잇따랐다.

전시는 6월 5일부터 6월 30일까지 포지션 민 제주(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4·3문학 초판본, 청년문학운동 자료, 이산하 항소이유서 등을 볼 수 있다.

첫날 오후 5시에는 이산하·김수열 시인의 대담 '천둥같은 그리움'이 진행된다. 개막 행사는 이날 오후 7시에 예정되어 있다. 문의 75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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