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한 권의 책] (1)경애의 마음
각자도생의 오늘… 그래도 방향 잃지 말고 살아가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0. 05. 28(목) 00:00
상처 지닌 주변 사람들 모습
요란하지 않고 덤덤히 그려

요즘 젊은 세대의 의식 읽혀

책 속에 끝까지 갈 수 있는 길
작은 책방의 여유를 즐겼으면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소설 '경애의 마음'. '사랑하고 공경하다'는 뜻의 경애와 여주인공 경애의 마음이 묘하게 중의적 의미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소설 속 주인공 공상수와 박경애를 통해 어디선가 그들처럼 묵묵히 일하지만 외면당하는 우리 시대 많은 직장인들에게 삶은 버겁지만 그래도 방향을 잃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것만 같다.

<저자 김금희, 출판사 창비>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와 함께 한 달에 한 차례 '동네 책방, 한 권의 책'을 연재한다. 제주 작은 책방을 찾아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과 시민들이 추천한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대담자

▷김옥선: 인물의 시선과 자연 본연의 모습을 주제로 작업하는 사진가.

▷김은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이여도를 찾아서' 저자.

김은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오른쪽)과 김옥선 사진가(왼쪽)가 '경애의 마음'을 들고 북살롱 이마고에서 만났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김은희: 책을 읽고 난 느낌은?

▷김옥선: 젊은 작가의 감성에 우선 놀랐다. 상처를 지닌 주변 사람을 깊이 관찰하고 그들을 요란하지 않고 덤덤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은 아픔을 안고 있지만 무심하게 일상을 흘러가듯 살아간다. 하지만 삶을 어떻게 볼 것인지 방향성을 놓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대학 신입생들은 으레 동아리 선배 밑에서 사회과학 도서를 탐독하며 사회현상에 관심을 두곤 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의 사회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했다. 촛불시위 등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의 의식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사회에 저항하고 그러면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김은희: 주인공 공상수와 박경애에 대한 생각은?

▷김옥선: 공상수라는 인물은 집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신뢰가 가는 인물이었다. 그는 마음 속 오점 없이 살고 싶어 하고,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천천히 과거의 상처-국회의원이었던 권위적인 아버지로부터의 위축감, 어머니의 죽음, 친구 은총이의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 외로움-를 풀어나간다. 박경애와의 관계가 절망적이지 않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은 그의 고지식하지만 섬세한 성격 때문이라 생각한다.

박경애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지만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어머니의 지지를 받아 심지 굳고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회사 노조 내에서의 성희롱을 제기했다가 회사, 노조 양측 모두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공상수와 함께 베트남지사로 발령났을 때는 그곳 지사의 비리를 알렸다가 부당 발령을 받게 되는 힘없는 약자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1인 피켓 시위를 하며 부정함을 호소하는 당찬 여성이다.



▷김은희: 주인공 공상수는 현실 보다 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을 한다. SNS 소통에 대한 생각은?

▷김옥선: 공상수라는 인물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높아 여자를 잘 이해하는 것 같다. SNS에 '언니는 죄가 없다' 페이지를 운영하며 여자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면서 어쩌면 자기 자신을 치유해나가는 것이다. 요즘 SNS를 자기 과시용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만의 커뮤니티 환경을 조성해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김은희: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등학교 시절 영화동아리에 가입하고, 함께 영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상 깊은 영화가 있다면?

▷김옥선: 2014년에 개봉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BOYHOOD)'라는 영화이다. 감독은 이혼한 부부와 그들의 아들로 구성된 미국의 한 가정을 클로즈업해서 소년의 성장을 12년 동안 촬영했다. 6살 소년이 대학생이 되기까지 12년 동안 같은 배우들로 촬영하여, 성장하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업은 저렇게 해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희: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옥선: 미국의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폴 오스터의 소설은 일상생활을 다루지만 전개가 기발하고 흥미롭다. 책 읽기를 시작하는 분들이 재미있게 있을 수 있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우리나라에 소개했는데, 책 사이즈도 크지 않게 디자인되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빵 굽는 타자기', '달의 궁전', '우연의 음악', '뉴욕 삼부작' 등 다수가 있다.



▷김은희: 책읽기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옥선: 예전에 소설을 많이 읽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들에 관심이 있어서였는데, 요즘은 구태의연할 수도 있지만, 책 속에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사진 이론 서적을 읽고 있는데 가지고 있던 의문들이 책을 따라 이 저자의 생각에서, 또 참고 문헌을 따라 그에 영향을 준 다른 저자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기원적 사고에 이르게 되고, 막연했던 것들이 조금은 명확해져서 아마도 세상에 진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김은희: '북살롱 이마고' 같은 작은 책방을 만나게 된 소감은?

▷김옥선: 분위기 있고 커피가 맛있는 작고 예쁜 책방에서 여유 있게 책을 본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동네 분들이 많이 이용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중산간에 위치해서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작은 동네 책방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래서 책방들이 살아난다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북살롱 이마고


북살롱 이마고.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고즈넉한 중산간 도로변에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고즈넉한 중산간 도로변에 자리한 북살롱 이마고는 출판 디자인 회사인 (주)이마고에서 운영하는 동네 책방이자 다양한 클래스와 공연이 열리는 대안문화공간이다.

숨어있는 인문서를 비롯해 여행서, 디자인과 예술서, 생태관련 책이나 자연친화적 삶에 대한 책 등을 주로 판매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고민들을 나누는 장이기도 하다. 1층에는 카페와 책방이 있고, 2층에는 북스테이를 할 수 있는 숙박공간이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강왓로 78. 전화 064-787-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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