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의 일노래, 상설공연이 필요하다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입력 : 2020. 05. 22(금) 00:00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는 쉽게 연상되는 전통 예술이 있다. 하와이에서는 민속 제례에 뿌리를 두고 있는 훌라춤을 추고,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 전사들이 자신감을 내뿜는 하카춤을, 스페인에서는 응축된 비애를 폭발시키듯 추는 플라멩코를 춘다. 그리고 30여 년 전 여름에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했을 때 인상 깊었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도심을 거닐면서 관광하던 중 모차르트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차려 입은 사람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팔던 상설공연 티켓을 구입했다. 저녁에 느긋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는데 모차르트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 아리아들로 구성된 프로그램 덕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매우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때 받은 문화 충격은 엄청났다.

국제 관광지를 자부할 만큼 제주에는 독특한 자연 풍광과 함께 유·무형의 유산이 풍부하다. 이런 자산들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으로서 늘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육지 또는 외국에서 제주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필자에게 질문하곤 한다. 이것만은 꼭 보고 가라고 권할 만한 제주 전통 예술 공연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제주를 본다면 궁금한 것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들의 질문을 통해서 이런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알게 된 계기였다. 풍광 관광에서 만족하지 않고 문화예술관광까지 누리고 싶은 것이 21세기 관광객들의 욕구라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 여행지로 해외보다는 제주가 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제주의 고유성을 담고 있는 전통 예술을 우리가 다시 찾아 즐기는 동시에 세상에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알려야할 시점이 오리라 판단한다. '오돌또기'나 '느영나영'같은 대표적인 창 민요는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주 민초들이 일상과 노동에서 입을 맞춰 부르던 일노래 '밧발리는 소리', '검질 매는 소리'를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하지 않겠는가. 제주민요 대부분이 일노래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본다면 일노래야말로 민초들의 진솔한 삶과 일상의 노동, 그리고 가정과 마을의 생명력을 품어왔던 전통임이 분명해진다.

시대가 변하고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정체성과 제주 역사를 담고 있는 일노래를 비롯한 전통민요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상설 공연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전승문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바라건대 후속 세대가 교육적으로 반드시 배워야하는 중요한 과제임을 느낄 수 있는 학습 현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시 말하면 제주의 일노래 상설공연을 통해 제주도민이 살아왔던 일상과 노동을 다양한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먼 길을 가야하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에서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에서 제주의 전통을 즐기고 학습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책을 만들고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현장에서 실행해야 함이 마땅하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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