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4)돌담
다시 복원할 수 없는 돌 문화… 파괴의 길을 가지 말자
편집부 기자 hl@ihalla.com입력 : 2020. 04. 01(수) 00:00
돌담의 의미 고대 중국 천문사상과 연관
여러 역할의 돌 대표적인 풍토재(風土材)
문화의 전승이냐 파괴냐는 우리들이 결정

아름다운 돌담 경관을 낳은 둥근 바당돌이 알작지 바다 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내도동 마을의 돌담.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땅

땅은 태초부터 인간이 사는 곳으로서 땅의 역사가 곧 문명사이고 삶의 원천인 산업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땅을 구분하고 표시하기 위해 지도를 그린다. 지도는 우리가 사는 땅의 모양을 그린 도상(icon)으로 지역 간 경계와 거리를 나타내기 위해 길, 산, 하천, 마을, 부속섬, 주변국, 지명, 풍토, 풍속 등 매우 다양한 표기를 한다. 지도는 당대의 지식이 반영되며 동시대 한 국가의 정치와 사상이 집약돼 나타난다. 그러므로 땅은 토지경제학(land economics)의 영역이면서 지정학적(geopolitical) 장소가 되기도 한다. 땅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부의 원천이기도 하다. 땅은 소유한 사람이 있고 그 땅을 빌려 경작하는 사람이 있고 공적(共的) 재산이 되기도 한다. 집, 밭, 임야, 목장, 마을, 도시, 바다를 비롯하여 황무지, 절벽, 섬까지 가리지 않고 사적이거나 공적인 소유가 되는 것이다. 역사는 바로 인간들의 땅의 소유와 분배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돌담의 유래

돌담(stone wall)은 돌로 쌓은 울타리(wall, fence)로 경계(boundary)의 의미가 크다. 그 돌의 재료는 매우 풍토적이다. 돌담은 '담돌+돌담'의 합성어로 이때 돌은 하나 하나의 개체를 말하는 '담돌'이며 그 담돌로 쌓은 것을 돌담이라고 한다.

옛 문헌에는 돌담을 말하는 한자어로 장(墻), 축장(築墻), 원(垣), 원장(垣墻), 석장(石墻)이 있다. 그러니까 담, 경계, 공간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일러 장(墻)이라 하고 돌 무더기인 머들은 석추(石堆)라 한다. 집담이나 절개지에 쌓는 돌담을 축담(縮담), 무덤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산담(山담), 갯가의 어로용 돌담을 원, 또는 원(垣담), 돌에 흙을 발라 세운 벽을 축보름(縮보름)이라 하여 한자를 섞어 쓴다. 숙종 때 제주 목사였던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은 제주인의 말은 "문자는 섞어 써서 중국의 말과 매우 유사하다"고 하기도 했다.

담돌의 재료인 투물러스와 돌담.
돌담과 관계된 옛 사람들의 기록은 '풍토록'에 돌담을 석장(石墻), 집담은 옥장(屋墻), 돌담 형태를 흉한 돌(醜石), 담을 장(墻)이라 표현했고, '남사록'에는 돌담을 원장(垣墻), 담장을 장원(牆垣)이라고 했으며, 세종 때 천문학자 이순지(李純之)도 담을 원(垣), 담장을 원장(垣墻)이라고 표현했다.

이순지는 하늘에는 삼원(三垣)이 있는데 천자(天子)의 마당(宮庭)인 태미원(太微垣), 중원(中元)인 북극에 천자가 항상 거주하는 곳인 자미원(紫微垣)이 있고, 또 하원(下元)의 한 궁(宮)인 천시원(天市垣)에 '좌우로 스물 두 개의 별이 담장(左右垣墻二十二)으로 돼 있다'고 했다. 이 삼원(三垣)은 땅의 지위와 관직처럼 직능이나 역할, 임무 등을 맡은 별들이 천자를 보좌하며 궁궐에 살고 있으며, 이는 하늘의 돌담(垣)을 상징하는 것이다. 원래 삼원 개념은 한나라 때(漢代)부터 등장한다. 기원전 2세기 한 나라 유방의 손자인 유안(劉安)의 저작에, 자궁(紫宮)이 나오고, 기원전 1세기 사마천도 자궁(紫宮)이라 하다가 송나라 때 천문도에 이르면 자궁(紫宮)을 자미원(紫微垣), 태미(太微)를 태미원(太微垣), 헌원(軒轅)을 천시원(天市垣)이라고 불러 별들이 사는 궁궐 담의 의미가 되었다. 제주의 바닷가 갯담을 '원(垣)', '원담(垣담)'이라고 하는 것이 여기에 유래하고 돌담을 담, 돌담을 쌓는 개개의 돌(별)을 '담돌(垣石)'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고대 중국의 천문사상과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돌담의 어원이 된 천문사상, 천문유초(天文類草)의 천시원(天市垣) 별자리.
#돌담의 재료 담돌

그렇다면 돌담을 쌓는 담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풍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적인 담돌과 사람의 노동행위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담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①자연적인 담돌: 물과 파도와 바람에 의해 풍화되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담돌을 말한다. 여기에는 다시 분리된 담돌과 밀려온 담돌로 말할 수 있다.

분리된 담돌은 빌레 암반에서 풍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쪼개지거나 부서지며 분리된 돌을 말한다.

밀려온 담돌은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礖)나 수중 투물러스, 빌레용암이 반복되는 파도의 해식작용에 수중(水中)과 해안에서 만들어져 물살에 밀려온 돌이 있고, 또 폭우로 인해 내창(건천(乾川))의 물이 넘쳐 센 물살에 부서져 쓸려올 때 부딪쳐 마모돼 굴러서 변한 돌로 알처럼 둥근 것이 특징이다.

이런 담돌들은 내창이 낀 마을과 밭, 그리고 바다 가까이 있는 마을의 집담, 밭담, 산담, 거욱, 머들 등 지역의 지질적 특성이 강하고 다양한 돌담의 재료가 되며 제주도 돌담의 풍토적인 경관 특색을 띠게 한다.

②인위적인 담돌: 생산력을 높이고 일의 효율성을 얻으려고 계획된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담돌을 말한다. 여기에는 다시 깬 담돌과 일어난 담돌로 나눌 수 있다.

깬 담돌은 집주인이나 경작자가 집터나 밭을 정비할 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커다란 투물러스나 빌레 암반을 소위 돌챙이에게 의뢰해 깬 돌을 말한다.

일어난 담돌은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갈 때 쟁기질을 할 때마다 땅 속에서 일어난 돌을 말한다. 이 담돌들은 마을과 드르팟(山野)의 집담과 밭담, 산담, 잣벡, 머들, 마을공동목장의 캣담, 잣성의 돌담으로 쓰였다.

담돌은 돌멩이를 말하는 제주어인데 그것이 자연적으로 굴러다니는 돌이면 '잡석(雜石)', '막돌'이라고 하고 자연스레 생겼다고 하여 '뭇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담돌은 부분적으로 튀어나온 곳만 다듬거나 또는 완전히 다듬은 모양의 돌일 수도 있다. 두부같이 네모난 사각형 돌을 '정석(正石)' 혹은 '바른돌'이라고 하고, 그것으로 한일자(一字)처럼 나란하게 쌓은 돌담을 일자담, 마름모 모양으로 다듬은 돌이 마치 개 이빨 같다고 하여 '정치담(견치석犬齒石)'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장소와 지질적 특성에 따라 담돌 이름이 다른데 파도에 밀려 온 돌을 '바당돌'이라고 하는데 해안가 둥글둥글한 먹돌을 '알작지'라고 부르며, 건천(乾川)에서 비가 올 때 산에서 굴러 내린 돌을 '내창돌'이라 하고, 곶밧(지금은 곶자왈이라고도 부름)의 아아용암 담돌을 곶돌, 현무암인데 비교적 고운돌을 '해량돌'이라고 하여 돌가마를 짓는데 사용한다. 산방산 조면암 담돌이나 용머리 퇴적암 담돌이 마치 침떡(시루떡)을 닮았다고 하여 '떡돌'이라 하고, 붉거나 검푸르면서 가벼운 용암석을 '속돌' 이라고 하며, 광쳉이에서 나는 단단한 판석은 강도가 세어 방의 온돌을 놓는 '구들돌'이라고 한다.

#돌담의 존속 여부

돌담의 역할로는 주거·농경·목축·어로·방어·보호·가둠 등의 목적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다. 그래서 돌을 풍토재(風土材)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 땅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의 산업과 경관 모두가 달라지게 된다. 돌이 많아 등장한 문화가 그 지역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 환경 때문에 피눈물 나는 돌의 역사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전승되느냐 일거에 사멸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두 번 다시 복원할 수 없는 돌 문화의 파괴의 길을 따르면 안 된다.

<김유정 미술평론가(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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