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희생자” 첫 인정
편집부기자 hl@ihalla.com입력 : 2020. 03. 31(화) 00:00
제주4·3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뒤 평생 정신적 고통을 받아 온 후유장애자가 처음 '4·3희생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정부가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 고통 속에 살아오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을 받은 사례에 대해 '희생자'로 공식 인정한 겁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이유로 신청했었지만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정세균)는 지난 27일 제25차 중앙위원회를 열어 4·3실무위원회(위원장 원희룡)에서 심사한 8059명 가운데 희생자 90명·유족 7606명 등 7696명을 희생자 및 유족으로 최종 인정했습니다. 희생자로 인정된 90명은 사망자 34명, 행방불명자 20명, 후유장애자 31명, 수형자 5명입니다. 총상·창상 피해자 대부분인 후유장애자 31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피해자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처음 희생자 인정을 받은 송모 할머니는 1949년 국민학교 교사로 재직 할 때 아버지가 무장대 습격 당시 숨지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 평생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총상이나 창상, 고문 등의 외상 확인에 의한 후유장애자 중심으로 희생자 인정을 받았으나 송 할머니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후유장애자의 희생자 인정 첫 사례로 기록된 겁니다. 4·3을 겪은 세대들중 여전히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적지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정은 의미가 큽니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희생자·유족 배상,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의 국회처리는 빨리 돼야 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4·3특별법령 개정을 통해 아직도 신고를 못한 피해자들에게 추가신고를 받고, 희생자·유족 확대 인정 노력도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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