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 행불인 341명 무더기 재심 청구
"불법 군사재판 받고 억울한 수형생활… 조속히 재심 개시해야"
행불인 상당수 피해 우려 이름 틀리게 적어 재심 청구 어려움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입력 : 2020. 02. 18(화) 11:46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수행생활을 하다가 행방불명되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의 가족들이 18일 제주지법에 재심 청구하며 조속한 재심 개시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국 기자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수형생활을 하다가 행방불명되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의 가족들이 18일 집단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이날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직후 제주4·3수형 생존자 10명 가량과 수형 행불인 330여명 등 341명에 대한 재심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해에 이어 수형 행불인에 대한 2차 재심 청구다. 지난해 6월에는 수형 행불인 10명의 직계 가족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수형 행불인들은 제주4·3 당시 군·경의 토벌을 피해 피신 생활을 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붙잡힌 뒤 1948년 12월과 1949년 6~7월 두 차례에 걸쳐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고 내란죄나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뒤집어 썼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돼 수형 생활을 하다가 병들어 사망하거나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집단학살됐다. 이렇게 억울하게 희생된 수형 행불인은 2530명에 이른다.

재심청구 법률대리인인 최낙균 변호사는 "지난해 6월과 오늘(18일) 재심을 청구한 유족들은 수형 행불인과의 가족관계가 명확히 확인된 경우"라면서 "그러나 상당수 수형 행불인들은 가족들이 연좌제에 휘말려 국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수형인 기록에 이름과 주소를 일부러 틀리게 적어 가족 관계 입증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열리면 수형 생존자와 달리 행불인들의 특성상 당시 현장을 증언할 수 있는 목격자들이 나와 법정 진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수행생활을 하다가 행방불명되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의 가족들이 18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상국 기자
김필문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당시 군사재판은 불법적으로 선포된 계엄령과 제정·공포되지 않은 국방경비법에 의거한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이고, 아무런 죄도 없는 양민들은 영장도 없이 무차별로 끌고 가 불법으로 구금하고 형을 집행하는 등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준수되지 않았다"면서 "7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유족들은 나이가 들고 많이 쇠약해진 상태로 죽기 전에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 재심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문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장은 "희생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군경에 끌려가 골짜기에서, 동굴에서 죽음을 당했다"면서 "유족들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해 생일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수형 행불인 유족들은 법원이 지난해 1차로 청구된 재심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법원은 하루속히 먼저 제기된 재심 사건을 진행하라"면서 "오늘 제기한 재심 사건 역시 청구인들이 부디 살아있을 때 결론을 볼 수 있게 빠르게 진행해 대한민국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월에는 수형 생존자 18명이 70여년 만에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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