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영조의 '곡선이 치유한다'
“거대한 공동체인 오름에 치유의 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19. 04. 04(목) 20:00
다섯 봉우리로 둘러싸인 좌보미오름. 저자는 이곳에서 유아기~회년기의 긴 인생을 한 번에 체험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타원형 오름왕국 가정 닮아
지대별로 저마다 다른 정원

"치유 프로그램 체계화 계획"


제주시 동부지역 중산간지대에 솟아있는 좌보미오름. 이태 전 겨울, 그는 그곳에 있었다. 일행들과 크고 낮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좌보미오름 가는 길에서 화살나무를 만났다. 날개 펼친 듯한 줄기에 둥글고 빨간 열매가 달린 화살나무는 집안 울타리에 심으면 액운을 막아준다는 풍습이 있다. 바둑판처럼 여기저기 자리잡은 겹담 두른 넓은 묘지는 사후 세계의 안식처가 된 오름의 특징을 보여줬다.

'마치 그 곳에는/ 깊은 삶의 여정이/ 오롯이/ 담겨있는 듯하다.// 마음 울적한 날/ 좌보미 부인을 찾아/ 다섯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며/ 인생에 대해 여쭤본다.' 그 감흥을 담아낸 '좌보미오름' 중 일부다. 그는 성읍 좌보미오름에 섰을 때 유아기에서 회년기까지 긴 인생을 한 번에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시인이자 산림치유지도사인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가 일상의 번다한 마음을 오름에서 결곱게 다듬은 여정을 담아 '곡선이 치유한다'를 묶었다. '시로 엮은 제주 오름왕국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책으로 지난해엔 '제주 숲과 오름 치유력'에서 산문으로 오름을 예찬했다면 이번에는 노래하듯 읊어낸 시를 중심으로 독자들을 오름으로 이끈다.

제주 설화 속 설문대할망이 창조했다는 타원형의 오름왕국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낮아지면서 비스듬하게 놓여있다. 한라산이 어머니라면 오름은 그 자식들이다. '알오름'은 손자가 된다.

한 대표는 그 오름들이 가정을 일구며 사는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고 했다. 그래서 숫메로 불리는 원추형의 오름 세대주는 남자(선비)이고 암메 오름은 여자(부인)가 세대주다. 해안저지대, 중산간지대, 저고산지대, 고산지대별로 '가정'마다 가꾸는 정원도 각각이다. 오름 정원에 깃든 꽃과 나무는 말없는 가르침을 준다. 오늘도 숱한 탐방객들이 거대한 공동체 같은 오름을 찾는 이유다.

저자는 오름에 이야기를 더하고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해 체계화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 김선무. 정은출판. 1만5000원. 제주시 아라동 아가페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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