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참맛 느낄 수 있는 여름 트레킹코스
피톤치드 뿜어내는 편백·삼나무숲 매력
"비를 맞으며 숲길을 걸으니 정화된 느낌"


지난 11일, 이른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장마철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한마디로 ��은 날씨였다.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 배낭을 맨 투어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비가 내리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듯이 설레임이 가득한 표정으로 속속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텅 비어있던 버스는 어느 새 사람들로 가득찼다.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 5·16도로를 지나 서귀포시 서성로 신례마을공동목장 입구에 멈춰섰다.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비옷을 차려입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 뒤 바로 길을 떠났다.

일곱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서성로 신례마을공동목장 입구에서 출발해 신례천산책로~이승이오름~이승이숲길~한라산둘레길~표고밭길을 지나 다시 한라산둘레길을 거쳐 5·16도로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숲길에서 만난 이끼 낀 돌담.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은 "숲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여름에 걷기 좋은 코스"라고 귀띔했다. 그는 "신례천 생태탐방로에서부터 이승이오름, 한라산둘레길까지 이르는 거리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많아 피톤치드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곳보다 동초하초가 많이 분포해있고 다양한 종류의 버섯들이 있는 표고밭길도 또 다른 볼거리"라고 덧붙였다.

숲을 걷다 눈에 띈 연리목.

서성로 신례마을공동목장 입구에서 서쪽으로 300m 정도 걷다보면 신례천 생태탐방로 2코스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이 코스는 서성로(해발 208m)에서부터 이승이오름까지 이르는 약 3.1㎞ 거리의 숲길이다. 이곳은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삐주기나무, 후피향나무, 참꽃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식물이 분포해 있다. 숲 가장자리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식재돼 있고 중간부에서는 삼나무 숲도 만나볼 수 있다.

탐방로에 들어서자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리던 빗줄기도 잠시나마 수그러들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신례천이 시선을 끌었다. 나뭇잎이 깔린 숲길도 운치를 더해줬다. 신례천을 따라 걷다보면 근대문화유적들도 볼 수 있다. 목마장과 관련된 조선시대 '상잣성'과 일제시대 표고재배의 현장인 '표고건조장', 표고건조를 위해 숯을 구웠던 '숯가마' 등이 신례천변 곳곳에 남아있다.

1시간쯤 걸었을까. 이승이오름 순환코스 안내도와 마주했다. 지나온 신례천 산책로는 경사가 거의 없어 걷는 데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반면 이승이오름 순환코스 안내도를 따라 이승이오름으로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른 곳이 있었다. 숨이 차오르는 찰나 이승이오름 정상에 올랐다.

연리목과 나무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

안개가 자욱했다. 이권성 소장은 "날씨가 좋으면 오름 분화구를 비롯해 한라산, 사려니오름, 머체오름 등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날씨 때문에 조망이 안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상황이라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안개 낀 풍광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정상에서 이어진 곳은 이승이숲길이다. 안개가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 삼나무 숲길을 쭉 걷다보면 한라산 둘레길로 연결된다. 한라산둘레길은 환상숲길이라고도 불린다. 한라산 허리를 타원형으로 빙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라는 의미에서다. 1100도로변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남성대 제1대피소~5·16도로 수악계곡~이승이오름~사려니숲길~비자림로~관음사야영장~천아수원지~돌오름~서귀포자연휴양림 거린사슴까지 80여km의 거리로 돼 있다.

이날은 이승이오름에서 5·16도로 수악계곡까지 이어지는 한라산둘레길을 탐방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로 인해 일부코스를 단축할 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이날은 전문가 안내 없이는 걸을 수 없는 길로 향했다. 다소 경사가 가파르고 비 날씨로 미끄러워진 길이라 조심해야 했지만 숲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참가자들을 반겨줬다. 빗물이 내려앉은 탐라산수국은 안개 속에서 푸른빛을 더욱 진하게 내뿜었다. 참가자 김은실(52·여·제주시 도남동)씨는 "비를 맞으며 숲길을 걸으니 무언가 정화된 기분이 들었다"며 "비오는 날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던 탐방"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라일보사는 오는 12월까지 매달 2회 주말을 활용해 생태관광 힐링 프로그램인 '201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5일 진행되는 제8차 에코투어는 5·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선돌~한라산둘레길~돈내코 코스를 탐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