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드라마 중심이 되다

'손 더 게스트' 이어 '프리스트'·'열혈사제'까지

연합뉴스 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9. 02.23. 08:37:22

열혈사제.
까만 수도복을 입고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 신과 신자들을 연결하는 데 힘을 쏟는 사제들은 드라마에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여러 장르의 드라마에서 등장해 극을 중추적으로 이끌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돼 시청자들도 더 친밀하게 느낀다.'

사제가 본격 안방극장 주인공으로 나서기는 지난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OCN '손 the guest(더 게스트)'였다.

엑소시즘 드라마 지평을 연 이 드라마 속 김재욱이 연기한 사제 최윤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최부제가 구마의식에 참여하면서 날라리 신학생에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위험도 감수하는 성직자로 거듭났다면, 최윤은 처음부터 신앙심이 깊고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전작 '보이스'에서 '퇴폐미' 가득한 모습으로 사랑받은 그는 경건한 사제 복장을 그 나름의 매력을 새롭게 소화하면서 엑소시즘극의 오묘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또 얼음과 같은 성격으로 사사건건 불같은 윤화평(김동욱)과 상극 브로맨스 조합을 자랑했다.

'손 더 게스트'가 마니아 장르임에도 대중적으로 사랑받자 OCN은 연이어 의학드라마와 엑소시즘을 결합한 '프리스트'를 내놨다.

시청률로나 화제성으로나 '손 더 게스트' 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두 사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인상 깊었다.

오수민 역 연우진과 문기선 역 박용우는 가톨릭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현상들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쏟는 사제로 열연했다.

'손 더 게스트'에 이어 '프리스트'까지 성직자를 내세운 엑소시즘이 어엿한 하나의 드라마 장르가 된 것을 증명하는 데 역할 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23일 "젊은 시청자가 선호하는 장르극 제작이 늘면서 OCN을 중심으로 오컬트 소재를 드라마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며 "구마 의식 등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사제 캐릭터가 시청자 호기심을 자극했고, 토속 신앙과의 대비나 조화를 통해 재해석한 한국식 사제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엑소시즘극이 아닌 코믹 액션극에서도 성직자가 전면에 나서며 사제 캐릭터의 지평(?)을 넓혔으니 그 주인공은 김남길이다.

김남길은 SBS TV 금토극 '열혈사제'에서 전직 국정원 요원으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제 김해일로 분했다. 엑소시즘극 속 어딘가 신비스럽고 차분한 이미지의 사제들과는 180도 다른 게 특징이다.

"성당도 신자 좀 가려받아야 한다", "신자들 마음 편하라고 악인들 죄까지 다 용서해주면 안 된다"는 그는 가톨릭 교리에는 위배되는 인물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하다. 성직자가 분노로 정의를 구현하는 장면이 아이러니하지만 통쾌함은 배가한 셈이다.

시원한 펀치로 사기꾼들을 때려잡고, "당신이 잘못한 사람한테 용서부터 받고 오라"고 일침을 놓는 김해일은 드라마 속 사제 캐릭터가 꼭 경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신선한 설정에 시청률도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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