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인 월급제, 과연 얼마나 호응할지

편집부 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9. 02.12. 00:00:00

제주도가 올해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주목됩니다. 이는 농작물 수매 금액의 30~60%를 월별로 나눠서 농업인에게 선 지급하고 수확 후 그 돈을 상환하는 제도입니다. 농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깁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한 다른 지방에서는 농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엊그제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 농어촌진흥기금 300억원을 투입해 농업인 월급제 도입과 농수산물 수급조절 수매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관심을 끄는 농업인 월급제는 농작물 재배면적에 따라 2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한다는 겁니다. 농작물 수확 때까지 수익이 없기 때문에 생활비나 자녀학비 등을 충당하는데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농업인 월급제가 시행될 경우 무이자 대출이나 마찬가지여서 금융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물론 농업인 월급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농작물 소득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미리 받은 월급이 빚으로 남는 단점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다른 지방에서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충청남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민들의 외면으로 제도 정착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진시는 충남에서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신청자가 전체 농민(1만2000여명)의 0.5%(67명)에 그쳤습니다. 서산시 역시 0.4%에 머무는 등 농민들의 호응이 낮자 이들 지자체는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제주 농민들이 처한 어려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한마디로 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잇따른 체결로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농민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여의치 않아 큰 일입니다. 거의 노인일 정도로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이가 없는데 농촌에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단지 몇달 앞서 끌어다 쓰는 농업인 월급제로는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현재 일부 다른 지방에서 시행하는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민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