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한류의 시작 삼을나… 유효한 신화 칠성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 3-미여지벵뒤에 서서'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9. 01.04. 00:00:00

미여지벵뒤. 제주도가 낸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은 이를 두고 '아무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라고 풀었다. 가시·김녕·조수리에서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제주 민속학자이자 시인인 문무병씨는 사전이 못다 끌어낸 사연에 눈길을 뒀다. 제주 큰굿을 통해 들여다본 미여지벵뒤는 그것보다 더 깊은 뜻을 지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제주 사람에게 미여지벵뒤는 산 자와 죽은 영혼이 마지막으로 이별하는 공간이다. 죽음 다음에 오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인간들에게 미여지벵뒤는 그래서 신비롭다.

문무병씨가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 3부작 마지막 편으로 미여지벵뒤를 불러냈다. '설문대할망 손가락'과 '두 하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미여지벵뒤에 서서'를 묶었다.

이 책은 제주 큰굿 자료를 중심으로 탐라국 개국신화 '삼을나 본풀이'에서 '조상본풀이'까지 차례로 들여다봤다. 제주 신화를 통해 제주의 정신을 탐색하려는 작업이 그의 신화 연구의 목표 중 하나다. 큰굿은 태초의 컴컴한 세상에서 온갖 존재들이 깨어난 뒤 결국 죽은 영혼이 나비가 되어 저승으로 떠나는 순간을 기록한 시(詩)라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사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삼을나 본풀이에서 한류의 시작을 본다. 제주 큰굿 초감제에 등장하는 삼황오제 이야기를 환국-배달-고조선으로 이어온 잃어버린 한류 9000년 역사로 해석하며 이 역사가 제주의 창세신화로 전승되었다고 했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신들의 땅 탐라에 불로초를 캐러 서복을 보냈다는 건 탐라의 역사가 훨씬 이전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제주도가 한류의 중심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신화가 탐라를 거쳐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현장도 주목했다. 관덕정 자리는 '두 이레 열나흘'을 가무오신(歌舞娛神)하는 고대 탐라국의 하늘굿 칠성제가 열리는 신시였다. 1970년대까지도 관덕정에 시장이 서고 공연이 이루어졌던 점은 '신화학의 중심지'인 그곳의 오랜 역사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는 특히 신화 속 뱀신 칠성과 북두칠성의 의미가 상당 부분 겹쳐지는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늘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읍성과 제주 400리 집집마다 있는 안칠성, 밧칠성을 집안의 곡물과 부를 지켜주는 칠성제로 확대해나가자는 제언이다. 알렙. 1만5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