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삼중억압 식민지 여성들의 참혹한 기억

샤힌 아크타르의 '작전명 서치라이트'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9. 01.04. 00:00:00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배경
20만 시스터들이 겪은 폭력
한국 위안부할머니와 오버랩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용서와 피해 보상은 멀기만 하다. 전쟁의 상흔 속에서 피해를 당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소설가 샤인 아크타르가 '작전명 서치라이트-비랑가나를 찾아서'를 냈다.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여성들이 겪은 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그들의 용기, 비통함 그리고 사랑 찾기의 여정과 배신 등을 솜씨 있게 풀어놓았다. 이 작품은 2004년 방글라데시 우수도서 프로돔알로상 수상작이다.

'비랑가나'는 본래 '용감한 전사'를 의미한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방글라데시 정치 지도자인 세이크 무집이 독립 후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들의 어머니, 용감한 비랑가나입니다"라고 칭송했지만 현실에서의 대중들에게는 '창녀'의 의미로 통한다. 전쟁 후 사회에서도 구성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2차 피해자들이다.

독립전쟁이 끝난 후 국가적 차원에서 비랑가나들의 결혼과 재활을 위한 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비랑가나 개개인들에게는 성공적인 결과를 안겨주지 않았다. 결국 비랑가나 개개인들은 자신들이 비랑가나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거나 혹은 비랑가나로 창녀가 되거나, 국가가 주도하는 재활사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버티며 개인적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전범들에게 사죄와 위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랑가나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회담,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낼 수 있는 연대와 전범재판을 원했음에도 대중의 흥미에 맞게 부각되고 잊히는 일이 반복되며 결국은 잊히는 슬픈 운명을 보여준다.

아시아 페미니즘 연구자 최형미 여성학 박사는 추천평에 이같이 썼다.

"서구페미니즘만 아는 것은 반만 아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 경험, 빈곤, 인종 차별, 여성 노동착취 등 이중 삼중의 억압 아래 있다.(중략) 이 책은 1971년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봉쇄하려는 파키스탄군에게 강간당하고 남편, 가족 그리고 공동체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으며 '밖으로 쫓겨난 20만 시스터'들의 이야기다. 비랑가나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단숨에 위안부 할머니, 환향녀, 기지촌의 양공주, 광주 민주화운동 여성피해자들, 그리고 우리의 얼굴을 보게 된다. 우리 여성들은 살아남았으며 피맺힌 기억은 미래의 나침판이 될 것이다." 이프북스. 1만3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