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커가는 저지문화마을, 거꾸로 가는 시설 운영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2.31. 00:00:00

이달 초 찾았던 전주한옥마을엔 무리지어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작은 깃발 아래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휴대전화에 이국의 풍경을 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진작에 상업화·대형화되면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 보였다. 한옥마을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지역의 움직임 속에 그 일대에 위치한 문화시설 이용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 문화시설 운영 주체나 관리 부서가 달라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 홍보가 제각각 이루어지면서 방문객 만족도를 높이지 못했다고 판단해 종합 정보 리플릿을 제작한 점도 그 중 하나다.

그동안 전주한옥마을에 갔을 때 최명희문학관, 전주소리문화관, 부채문화관, 경기전, 전동성당 등을 돌아보고 왔다면 이번엔 강암서예관, 국립무형유산원까지 발걸음이 닿았다. 지난해 전주한옥마을과 국립무형유산원을 잇는 인도교인 오목교가 개통된 덕이었다. 동행한 이들이 기꺼이 걸을 준비가 되어 있기도 했지만 한옥마을을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그리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디찬 겨울 바람속에도 갈대가 흔들리는 전주천을 따라걷다보니 어느 새 국립무형유산원 건물이 눈앞에 있었다. 한옥마을에 하나둘 늘어가는 먹거리 가게에 지친 이들이라면 국립무형유산원이 풀어내는 오래된 문화의 숨결에서 위안을 받을 만 했다.

전주한옥마을에 들를 즈음 제주도가 '공공시설물 관리 운영 개선 계획'을 마련해 분야별로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광·문화·수련·교육 분야 등 지자체에서 운영중인 시설을 망라한 계획으로 공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관리공단을 만들어 위탁하는 안이라고 했다. 문화 시설은 공립미술관, 박물관, 공공도서관, 읍면동 문화의집이 모조리 대상에 들었다. 최종적으로 문화 분야는 시설관리공단 범주에 넣진 않지만 48개 시설을 제주문예재단에 위탁하는 안을 두고 해당 기관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진행중이었다.

제주문예재단이 수십 개 문화 시설을 한꺼번에 관리할 여력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제주도가 굳이 계획안을 유효하게 다뤄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정작 시설 운영 진단이 필요한 곳에는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대표적이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엔 공립미술관만 제주현대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두 곳이 있고 갤러리 노리, 스페이스 예나르, 갤러리 현, 먹글이 있는 집, 파파사이트 등 기획전을 이어가는 갤러리와 책방 등이 흩어졌다.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고 한동안 미술관 주말 투어버스를 가동하는 등 관람객 유치에 공을 들였던 곳이다. 하지만 바뀌었다. 최근엔 제주현대미술관 입장객 수가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을 앞질렀다고 하고 2016년 개관한 김창열미술관도 짧은 시간 안에 안착했다. 주변의 갤러리도 관람객이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공립미술관마저 제주도립미술관(제주현대미술관)과 제주도(김창열미술관)가 각각 관리하는 처지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안내나 전시 현황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온·오프라인 자료도 마땅치 않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발디딘 이들에겐 어디로 가면 이 마을을 더 잘 즐길 수 있는지가 요긴한 정보지만 제주도, 제주도립미술관 어디에서도 그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새해엔 같은 마을에서 따로노는 관리 주체를 개선해 방문객 눈높이에 맞춘 저지문화예술인마을로 달라져야 한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