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인생의 특별한 만남 여섯 빛깔 이야기

모리 에토의 소설집 '다시, 만나다'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2.28. 00:00:00

日 나오키상 수상작가
‘매듭' 등 단편 6편 실려
"순간 포착 섬세함 돋보여"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거짓말 같았다. 그를 마지막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거짓말 같았다.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 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맞닿은 손끝의 따스한 열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말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의 작가 모리 에토가 전하는 인생의 특별한 만남에 관한 여섯 빛깔의 이야기를 담은 '다시, 만나다'를 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낸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표제작 '다시, 만나다'는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 '마마'는 어려서 잃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상상 속에서 재구축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된 여자로 그린다. '매듭'은 초등학교 시절의 생을 짓누르는 어두운 기억의 매듭을 풀기 위해 다시 만난 그 시절의 친구의 이야기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저녁 시간 도심에서 언뜻 스친 살인범을 뉴스에서 다시 보게 되는 중년의 여자에 대한 내용이다. '꼬리등'은 세상과 세상을 오가며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세 이야기 속 남녀와 투우를 다룬다. '파란 하늘'은 위기 상황에서 죽은 아내의 환영과 다시 만나는 남자와 그 아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책은 일상 속에 자리한 만나고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일시적이든 영원하든 어제의 만남과 헤어짐이 낳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오늘 다시 만나 매듭을 풀듯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한다. 지금의 삶에서 다하지 못한 만남을 다음 세상에서 이룰 수 있다고 기약하며 오늘의 삶을 새롭게 승화시키고 만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모리 에토는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자다. 작가는 따스하면서도 힘차고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문단에서 높게 평가받는 인물이다.

번역을 맡은 김난주 역시 "10여년 전 번역했던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감동의 눈물로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번 책이 더없이 반가웠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사람과 일상과 사회를 향한 작가의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눈길과 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한다. 무소의 뿔. 1만4000원. 백금탁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