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 귀농인 노동의 날들에 대한 기록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2.28. 00:00:00

강원도 원주출신으로 제주에 귀농한 김형표 씨가 2014년부터 지난 4년간의 기록을 담은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를 냈다. '농사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엮었다. 농사의 테크닉에 대한 내용이 아닌 2000년대 한국농업의 현실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2007년 10살 아들과 단둘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귀농했다. 당시 본보에서 귀농인으로 지면에 소개된 바 있다. 처음 6600㎡(2000여평) 규모의 월동무 밭으로 농사를 시작한 그는 요즘 성산과 표선 일대에 20배 늘어난 13만2000㎡(4만여 평)의 경작지에서 밀감과 당근, 브로콜리, 콜라비와 비트, 감자와 옥수수 단호박 등 다양한 채소를 모두 유기농으로 경작하고 있다. 농장 '사람생각'의 대표 일꾼이며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초입에서 유기농 브런치 까페 '나의왼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농사의 기술, 농부의 시간'이라는 서언에서 "유기농이란 것은 어떤 특별한 맛과 향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가진 본래의 맛과 향기를 발현하게 만드는 농법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나 자신의 삶도 그러하기를 꿈꾼다"고 했다.

때문에 이 책은 기존 문학처럼 정형화되지 않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한 그만의 문체가 돋보인다. SNS가 지닌 매체의 특성에 저자의 시적 감수성과 구술적 감각이 결합된 독특한 문체, 이는 담백하고 무겁지는 않지만 그 내용은 절실하다.

그는 글쓰는 작가가 아닌 그냥 농부다. 오로지 자신의 '농사'에 집중하고 천착함으로써 이를 통해 우리 농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여다 볼 줄 안다.

이 책은 농사기술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들 스스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힘을 지닌다. 농촌사회가 지닌 현실적인 문제들을 과장 없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골의 낭만'보다는 '시골에서 생존하기'를 다뤘다는 것이 맞겠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농촌사회, 농업이 안고 있는 아주 구체적·현실적인 문제들을 떠올리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불씨'가 된다.

김종민 출판 편집인의 말이다. "비정해 보일 만큼 단단한 그의 '삶의 기술' 속 고갱이는 사람살이의 본류인 따뜻함, 깊은 사려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적정 온도. 그것이야말로 작물도 사람도 살려내는 리얼리스트 김형표의 체온이 아닐까." 글상걸상, 1만5000원. 백금탁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