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울한 4·3수형인, 명예회복 길 열렸다

편집부 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2.19. 00:00:00

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4·3 생존 수형인에 대한 재심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자체를 무효로 판단, 법원에 공소기각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함에 따라 다음달 중순 열리는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7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원에서 진행된 4·3 수형생존인 18명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 결심공판에서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소기각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소송을 종결하게 된다. 검찰은 4·3 수형생존인들이 1948년~1949년 받은 군법회의가 위법하게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재판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되지만 당시 재판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피고인들의 진술을 기초로 공소사실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부에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70년 전 군사재판을 받은 4·3수형인들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기소됐다는 것이어서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4·3수형인 변호인측도 "어떤 증거도 없이 고문 등을 통해 재판이 이뤄졌다"며 "불법군사재판이라는 것이 명확한만큼 피고인들에게 무죄나 공소기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하면서 재심 청구인들은 사실상 무죄 판결만을 남겨놓은 셈이다. 4·3수형인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7일 제주지법에서 진행된다.

제주4·3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당한 도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특히 그 중에서도 4·3수형인들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무슨 죄인지도 모르고 군·경에 끌려가 모친 고초를 겪으며 옥살이를 했다. '전과자'라는 낙인보다도 더 가혹한 것은 따로 있었다. '빨갱이'이라는 오명이 더욱 힘들게 했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으니 피해 사실조차 숨기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 자식들은 연좌제로 취직도 못하는 등 피해가 대물림됐다. 기막힌 삶이었다. 이제 90세 안팎의 4·3수형인들은 70년동안 '통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동안 이들이 받았을 사회적 냉대와 질시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부디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아울러서 제주도는 수형인 보상 근거를 담은 제주4·3특별법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