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만성적 농업인력난 해법 찾아야

현영종 기자 / yjhyeon@ihalla.com    입력 2018. 12.17. 00:00:00

최근 일본에선 '보라바이토'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자원봉사자를 의미하는 '볼룬티어(Volunteer)'와 일을 뜻하는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 전역을 돌아다니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신종 아르바이트를 뜻한다.

지난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방랑 아르바이트가 농촌을 구하다'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신종 아르바이트를 상세히 알렸다. 신문은 "농촌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20~30대 젊은이가 약 3만명에 이른다"며 한 감귤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농촌 일손 부족을 해결해주는 단비 같은 존재"라는 찬사도 함께 실었다.

이들은 숙식이 제공되는 농가·목장·과수원 등에서 자원봉사 형태로 최소 1개월에서 1년 가량 일을 도와주며 보수를 받는다. 대부분 하루 6000~9000엔 가량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급 1만~1만4000엔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숙식·교통비 일부가 지원될 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력이 있으면 일당을 더 받을 수 있다. 농사철이 끝나면 해당 지역의 관광도 즐길 수 있어 나름 인기가 높다.

지난 10월 감귤 수확철을 앞두고 '국민수확단'을 모집한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SNS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육지부에 비해 일당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숙련도·노동 강도를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금세 묻혀버렸다.

지역 실정을 감안하면 그리 적은 편도 아니다. 수확단에 참여하는 도외 인력에 대해선 일당 외에 숙박비 1박당 1만5000원, 상해보험료로 1일당 1500원이 지원된다. 10~20일 근무할 경우 항공료로 7만원, 20일 이상이면 14만원이 지원된다. 차량 임차료도 보태준다. 지역 실정과 정확한 지원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벌어진 헤프닝이다.

일본에선 지역 농협 몇 곳이 손잡고 공동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 아열대지역인 오키나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홋키이도, 그 중간에 위치한 야마가타현과 에히메현의 농협이 함께 참여해 인력을 선발한다. 모집된 인력은 봄·여름엔 홋카이도 감자 농사와 야마가타현 체리 농사, 가을엔 에히메현 감귤 농사, 겨울엔 오키나와의 사탕수수 농사에 투입된다. 농가엔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제공하고, 참여자에겐 연중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농가·목장 등의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 사이트를 찾으면 카테고리별로 농촌지역의 농가·목장·상점·식당에서부터 캠프장 등의 구인정보를 상세히 얻을 수 있다. 지역별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농업인력지원센터가 공식 출범한지 육개월여를 맞이하고 있다.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농촌현장에 영농인력을 적기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초여서 그런지 아직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모집된 인력 일부를 취소한 사태는 그 단적인 사례이다. 최근엔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필요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다시 시작됐다. 제주농업인력지원센터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다. 전문인력 확보와 함께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보다 더 정교한 시스템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참여·관찰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정보 제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불어 농촌·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재정립하는 한편으로 제도·시스템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인력난이 되풀이되는 한 농촌·농업에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