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나무 치료하며 얻은 삶의 깨달음에 대한 기록

나무의사 우종영의 인문과학 에세이 '바림'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2.14. 00:00:00

상상·실재계 섞인 20편
식물과 공존위한 윤리
"고통스런 나무에 권리를"


'나무가 주는 것들에 기대어 숨을 쉬고 병든 나무들에게 메스를 대며 평생을 살아온 한 나무의사가 건네는 기쁨과 고통으로 수놓은 깨달음의 기록들.'

나무의사 우종영 작가의 신간 '바림'이라는 책 표지에 실린 글귀다. 바림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에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깨우친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 두었다가 바림질하듯 부드럽게 나무처럼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바림'은 한평생 나무와 함께 산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 특유의 식물 감성을 바탕으로 쓴 인문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상상계와 실재계가 섞인 20편의 글로 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를 이야기한다. 나무를 치료하며 겪은 가슴 아픈 순간과 나무와 교감하는 방식, 인간과 식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향한 저자의 마음이 깊이 담겨 있다.

저자는 제1부에서 인간과 가까이 살아온 나무를 4가지 유형으로 세분한다. 각각의 나무가 보낸 편지를 나무의사로서 해독하고 해설하며 변호했다. 나무가 사람과 관계 맺어 온 방식, 살아가는 원리, 애환, 요구를 담았다.

제2부에서 저자는 인간의 능력과 감각을 압도하는 나무의 능력과 미덕을 칭찬한다. 나무는 인류의 토대이며 실제로 우리가 나무에게 얼마나 많이 빚지며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제3부에서는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을 생리학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나무에 관한 살아있는 지식을 알려 주고 잘못된 상식도 바로잡았다.

제4부에서 저자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통찰과 지혜로 가득한 아름다운 글들을 펼쳐낸다. 숲에서 나무와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지닌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나무의사로서 환자인 나무의 애환을 대변하고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고통에 싸인 나무를 보며 느낀 연민과 그들에게 권리를 찾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자작나무 숲이 바람에 춤추는 기척을 느끼며 새벽 2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정좌해 바림질하듯 한 자 한 자, 한 편 한 편 글을 쓰며 다섯 계절을 보냈다. 나무를 향한 연민, 사랑, 호기심, 그리고 열정이 가득하다. 여기에 방대한 독서량이 빚어 낸 다양한 지식과 견고한 지혜가 곁들여졌다. 자연과생태 펴냄. 424쪽. 1만8000원. 백금탁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