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옛 현대극장 끝내 사라지나

보존가치 높은 상징적 건물… 지자체·민간 매입 시도 무산
1필지 건물주 노후화 이유로 내년 1월 9일까지 철거 신고
"근현대 문화유산급 건축물 조사·체계적 보존 방안 마련을"

진선희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2.13. 18:15:13

제주극장에서 현대극장으로 탈바꿈하며 제주 정치·예술사의 기억을 안은 옛 현대극장이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사진=한라일보 DB
제주시 원도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건물 중 하나인 삼도2동 옛 현대극장 건물이 끝내 사라질 예정이다. 건물주 이모 씨가 지난 7일 제주시에 노후화를 이유로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연면적 506.14㎡ 규모의 옛 현대극장 건물을 철거한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1948년 개관한 제주극장이 있던 곳에 자리잡은 옛 현대극장은 제주 정치·문화사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었다. 해방 이후엔 정치적 집회장소로 활용됐고 1987년 폐업 때까지 공연장, 영화 상영관 등으로 쓰였다.

옛 현대극장은 그동안 지자체나 민간 기업에서 매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제주시는 2014년부터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사업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건물 매입에 나섰지만 주인이 다른 두 필지인데다 거래 가격이 맞지 않아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2월엔 탑동 영화관, 동문로 여관 등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조성한 아라리오 기업이 매입을 시도해 성사 단계까지 이르는 듯 했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근래에는 제주도시재생센터 관계자들이 건물주 양측을 몇 차례 만나며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문화계 일각에서는 옛 현대극장에 앞서 제주대 용담캠퍼스, 옛 제주시청사 등 보존가치가 높은 제주 건축물들이 잇따라 사라진 일과 관련 문화 유산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엔 평창올림픽 시설물처럼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이나 유지비용 문제 등으로 철거되는 문화유산급 건물을 예비문화재로 등록해 보호·관리하자는 '근현대 문화유산보호법'이 발의된 상태다.

문화계 관계자는 "언제까지 우리 스스로 근현대를 망각하는 잘못을 저지를 거냐"며 "제주에서도 이 시기 건축물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체계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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