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영리병원=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는 기우가 되길

고대로 기자 / bigroad@ihalla.com    입력 2018. 12.10. 00:00:00

원희룡 제주지사가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이란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때 제주에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담은 제주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영리병원이란 판도라 상자를 열면 의료비 폭등과 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난 13년동안 그 누구도 상자를 열 용기를 내지 않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해 주면서 영리병원 설립에 탄력이 기대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후 영리병원에 대한 반대기조가 형성되면서 다시 '금기어 '가 돼 버렸다.

이런 문 정부의 정책기조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원 지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지난 2017년 7월 준공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무려 6번이나 연기시켰고 정치적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공론위에서 가부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에 공론위는 지난 10월 원 지사에게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으나 원 지사는 지난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다.

원 지사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인으로서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고 있는 현 정부 정책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 중국 투자자들에는 강단이 있고 신뢰가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해 영리병원 반대측에서 그동안 주장해 온 국내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의 우려까지 차단했다. 개원 불허시 예상됐던 녹지그룹의 1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포기 명분도 만들어 냈다.

여러가지 정치적인 다목적 포석을 두고서 결정한 원 지사의 조건부 개원 결정에 대해 두손 들고 환영할 줄 알았던 녹지측에서 반격해 오면서 원 지사는 다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녹지병원은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후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외국인 전용조건으로 허가가 난 것은 극도의 유감"이라며 소송제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원 지사가 공론위의 '개설 불허 권고'를 무시하고 손해배상 소송 등을 피하기 위해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는데 녹지로 부터 다시 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녹지병원이 내국인 환자 진료에 따른 제재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 하게 된다.

도내외 의료민영화반대 단체들도 "외국인 대상 제한적 허용이라고 하지만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 허용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내국인 진료제한이 법적다툼 논란으로 이어지자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이를 금지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뒷북대응책이라는 비난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고 영리병원이란 판도라 상자를 첫 개봉한 원 지사는 이제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을 막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 추가 허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더이상 영리병원 확산은 불가능하고 내국인 진료 제한 금지를 관련 법에 반영시키는 것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정은 앞으로 녹지국제병원 운영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영리병원=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는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해 주길 바란다.

<고대로 정치부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