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젊은 부부의 숲에서 얻은 진정한 자유

하얼과 페달의 '안녕, 동백숲 작은 집'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2.07. 00:00:00

NGO활동 중 원전사고 계기
전남 장흥 깊은 숲 흙집생활
잃어버린 생태적 가치 찾아


"애들 대학 들어가고, 퇴직하면 (난)자연인이 되고 싶어." 요즘 40~50대 남성들이 흔하게 하는 소리다. 건조하고 팍팍한 도시의 삶을 벗어버리고 숲으로, 산으로, 바다로, 진정한 자유가 있는 곳으로 떠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말뿐 현실은 팍팍하다.

겁 없고 경험도 없는, 그리고 귀농이나 귀촌의 'ㄱ'자도 모르는 젊은 부부가 생태적인 삶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장을 냈다. 그 과정을 단단한 일상의 기록으로 담아 '안녕, 동백숲 작은 집'을 엮었다.

부부의 이름은 하얼과 페달. 이들은 뻣뻣한 서울아이 출신 도시남과 어릴 적 산과 들을 마음껏 뛰놀던 시골아이 출신 도시녀다. 전남 장흥 동백숲으로 들어간 이들은 비닐과 플라스틱 같은 석유제품을 비롯해 합성섬유로 만든 옷까지 다 비워내고 살기로 결심한다.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던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고민은 NGO 활동을 하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서 시작됐다.

운명처럼 두 사람은 서울을 떠나 장흥의 깊은 숲 속 작은 집으로 향한다. 전기, 수도,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흙집에서 지게질이며 농사와 옷 짓기, 화덕으로 요리하기, 장 담그기, 냇가에서 빨래하기 등 평생 학교와 도시에서 배운 적이 없는 생활방식을 스스로 찾아 익힌다. 때문에 몸은 힘들었지만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고 하루의 리듬을 온전히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상을 통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한다. 자본주의라는 이상한 틀에서 벗어나도 아무렇지 않게 행복한 자신들을 발견한다.

이들 젊은 부부는 숲에서 6년 째 살며 자연출산해 아이도 둘 얻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비워낸 자리에 꼭 필요한 태양광 발전기와 작은 냉장고, 세탁기도 채워가고 있다. 생태적인 삶은 전기나 수도를 사용하지 않은 일상이 아니라 나누고 교환하는 삶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고여 있지 않고 변화하는 삶을 택했다.

이들은 책에서 자본주의의 복잡한 세상 속 현대의 군상을 이렇게 말한다.

"그 순간 '바로 어제까지 아무 고민 없이 늘 먹고 써왔던 스테인리스 숟가락이 지금까지의 내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의 삶은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스테인리스 숟가락처럼 남들과 모양이 똑같았고, 늘 화려하게 반짝이고 싶어 했지만 본질에는 변화가 없었고, 여유롭지 못하고 단단하기만 했다."

깨달음이다. 이들은 스스로 숲에 들어갔기에 도시에서 벗어나 멀찍이서 세상 속의 일부였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용기있는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열매하나, 1만6000원.

백금탁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