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리병원 허가, 원 지사의 결단 존중해야

편집부 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2.07. 00:00:00

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 병원이 제주에 개설된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용한지 13년 만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외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설립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다. '영리병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동안 영리병원은 보건의료산업 측면에서 대규모 생산유발과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제주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제주를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허가 결정 사유로 ▷중국자본 손실에 따른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외화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 및 국가 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문제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문제 ▷병원시설의 타용도 전환 불가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이르면 내년부터 진료할 수 있게 됐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는 만큼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녹지국제병원 운영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와 목적 위반시 허가 취소 등 강력히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면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원 지사는 지난달 도의회 정례회에서도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모르지 않는다. 의료비 상승과 국내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못지않게 불허했을 때 그 후폭풍 또한 매우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미 녹지국제병원은 총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47병상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됐다. 각종 의료장비를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0여명의 의료진까지 채용해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한 사업을 무턱대고 문 열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지자체를 누가 '지방정부'라고 인정하겠는가. 제주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면 행정 신뢰도와 대외 신인도 등은 완전히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때문에 원 지사의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