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부복정 4·3동화집

"할머니 눈물 멈추고 봄날 왔으면"
'엄마의 눈물' 등 4편 수록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2.06. 20:00:00

부복정 작가가 4·3을 중점적으로 다룬 동화집을 냈다. 한항선이 그린 '불칸낭의 눈물' 삽화.
전쟁기 여성 피해 등 다뤄
"그들의 고통 함께 나눌때"


"어릴 적, 어머니는 은연중에 4·3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철없던 나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겪었던 분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린 것입니다."

부복정 작가는 이런 고백으로 동화집 '엄마의 봄'의 첫장을 열었다. 그의 어머니는 예전같지 않다. 뒤늦게 4·3을 제대로 알고 싶어 그 날에 대해 물어봐도 오락가락 시대를 넘나드는 말만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바깥으로 꺼내놓을 수 없는 얘기기에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넋두리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게 후회된다는 작가는 어머니가 못다 풀어낸 사연을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동화집에는 ''메'의 나라', '제사상 차리는 아이', '엄마의 눈물', '불칸낭의 눈물' 등 네 편이 실렸다. 눈물로 세상을 살았고 그 고통에 눈을 제대로 감지 못했던 4·3 체험 세대의 상처인 듯 이들 작품엔 유독 눈물이 많다. 제주와 유사한 학살의 역사를 간직한 베트남('메'의 나라)부터 이 섬 곳곳의 피비린내나는 현장을 굽어본 팽나무('불칸낭의 눈물')까지 그 눈물은 평화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염원으로 이어진다.

이중에서 손녀, 어머니, 할머니 3대가 각각 화자가 되는 '엄마의 눈물'엔 4·3이 드리운 짙은 그림자가 있다. 손녀 진이의 눈에 비친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눈물은 삶에 지친 어른들의 아픔인가 싶다. 어머니를 거쳐 할머니에 이르는 동안 그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지막 편에 외할머니가 왜 눈물을 쏟았는지 제주방언으로 구술하듯 털어놓기 때문이다. 4·3 문학에서 양민학살의 희생자나 유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일이 많은데 '엄마의 눈물'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순경 각시'가 되어야 했고 자식마저 거두지 못했던 여성의 피해에 눈길을 뒀다.

70년 전 그 때를 건너온 제주 여성들에게 4·3은 온 몸이 떨리는 기억이다. 그들은 크나큰 슬픔을 나눌 이 없이 혼자 가슴에 두고 살아왔다. 부 작가는 남은 사람들이 수많은 엄마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봄날을 즐길 수 있도록 4·3의 참상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때라고 했다. 말미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제주4·3사건 일지를 덧붙였다. 제주 한항선 작가가 동화 속 그림을 그렸다. 한그루. 1만2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