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서귀포지역 열악한 의료서비스 누가 책임지나?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문미숙 기자 / ms@ihalla.com    입력 2018. 12.03. 00:00:00

양윤경 서귀포시장이 취임 100일 회견에서 시민들이 가장 가려워하는 부분을 꺼내들었다.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학교병원에 위탁관리하는 방안과 옛 탐라대부지에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잠시 소동(?)도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달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가 "옛 탐라대 부지는 하원동 주민들이 지역에 대학 유치를 위해 내놓은 땅이니 취지에 맞게 가능한 외국대학 유치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양 시장의 예상치 못한 얘기에 제주도 관련부서에서 "논의도 없이 무슨 소리냐?"고 발끈 한 것이다.

사실 양 시장의 이번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취임후 줄곧 '소통 행정'을 강조하는 양 시장에게 지역의 최대 취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의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양 시장은 "의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것을 아무리 잘해도 시민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귀포의료원이 제 역할을 못해 시민 불신이 높은데,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옛 탐라대 부지로 옮겨오게 되면 서귀포의료원의 제주대병원 위탁 운영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만간 제주대병원 관계자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또 "비공식적으로 도지사에게도 이 문제를 2차례 건의했다"고도 했다.

서귀포의료원은 288병상을 갖춘 서귀포지역에 하나뿐인 종합병원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공공의료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맞닥뜨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일 오전 8시 30분쯤부터 서귀포시에서 출발한 버스가 1시간쯤 걸려 도착하는 제주대학교병원 버스정류장에선 노년층이 여럿 하차하는 모습을 매일처럼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불편한 걸음걸이로 제주대학교병원을 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서귀포의료원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서귀포의료원에선 특정 진료과에 전문의가 없어 의료공백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 4월엔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의 집단 사직으로 응급의료센터의 정상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던 적이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일반외과 의사가 없어 시민들은 맹장수술도 제주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야말로 말뿐인 종합병원이다.

서귀포시의 열악한 의료환경에 대한 불만은 제주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 발표한 10개 혁신도시별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는 50.4점으로 전국평균(52.4점)을 밑돌며 8위를 차지했다. 여가활동(48.0점)과 교통환경(48.4점)은 2번째로 높았지만, 편의·의료 서비스는 43.6점으로 전국평균(49.9점)을 밑돌며 점수가 가장 낮았다. 취약한 의료환경이 서귀포시의 매력을 반감시킨 꼴이다.

그래서 성사 가능성 여부를 떠나 양 시장의 이번 의료 관련 발언을 두고 시민들은 '혹시나 그렇게만 된다면…'이라는 기대감도 갖는다.

언제까지 서귀포시민들에게 열악한 의료서비스를 견디라고 할 것인가? 취약한 의료환경에 대한 지적은 도의회에서도 숱하게 제기됐고, 선거철이면 단골공약의 하나였다. 하지만 제주도나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에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서귀포지역 의료환경 개선은 누구 하나의 역할로 해결 가능한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참에 도정과 의료계, 정치권 등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시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시민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서귀포시가 되려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빼놓을 수 없는 선결과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