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자림로 확장 강행, 이미 예견된 일이다

편집부 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2.03. 00:00:00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빗발치는 비난여론이 잦아들면 다시 추진할 것으로 여겼다. 경관훼손 논란을 부른 비자림로(대천동교차로~금백조로 입구 2.94㎞) 확장사업을 일컫는 것이다. 지난 10월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고희범 제주시장까지 비자림로 확장의 필요성을 거들고 나섰다. 그렇게 명분을 쌓으면서 공사 재개는 시간 문제였다. 결국 당초 계획대로 비자림로 4차선 확장공사가 재추진된다.

제주도는 엊그제 지역주민과 전문가 자문위원의 의견을 수렴해 비자림로 확장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1년 6월 완공 목표로 내년 2월부터 공사가 재개된다. 경관훼손 논란으로 지난 8월 공사가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사업은 3개 구간으로 나눠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했다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진입부분인 대천동교차로~제2대천교(0.9㎞)와 벌채가 진행된 세미교차로~금백조로 입구(0.69㎞)는 도로유효폭과 도로부지여유폭을 각각 2m와 3~4m 줄였다. 특히 3구간은 좌측 수림을 보전하고 벌채된 구간을 활용해 한쪽으로만 확장키로 했다. 도로 중간의 제2대천교~세미교차로(1.35㎞)는 현재의 좌우측 수림을 그대로 보존해 중앙분리대 및 보행로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신 주변 초지대인 목장부지를 활용해 2차로를 신설하기로 했다.

물론 도로는 어느 곳이든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문제는 행정이 도로 확장공사를 얼마나 생각없이 추진하는지 비자림로에서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 아름다운 도로로 평가받는 곳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는 얼마나 쉽게 공사가 이뤄질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비자림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이런 도로를 더욱 가꾸고 보전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저런 이유로 마구 파괴한다면 과연 우리가 지킬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비자림로는 특정지역의 도로로, 지역주민의 문제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마을 안길 넓히듯이 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주민숙원'이란 이유로 공사 재개를 강변한 지역구 도의원들의 행태는 어설프게 느껴진다. 표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지역만을 대변하는 것이 도의원의 역할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자림로의 경우 무턱대고 확장을 추진할게 아니라 좀더 나은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진작에 보다 치밀하게 대안을 마련하고 추진했다면 전국적인 이슈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도로 확장에만 신경썼지 '아름다운 도로'에 대해서는 전혀 감안하지 않아 논란을 더 키웠잖은가. 원희룡 도정의 보다 신중한 사업추진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