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4·3특별법 연내 처리 물거품되나

편집부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1.30. 00:00:00

올해는 제주4·3이 큰 변곡점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70주년을 맞으면서 해결해야 할 4·3과제들이 쉽게 풀릴 것으로 낙관한 것이다. 때문에 4·3희생자 배보상을 골자로 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4·3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지 1년이 다 됐으나 진척이 안돼 연내 처리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위 법안소위 여야 의원들은 4·3 배보상 액수와 지급 방식에 대해 지난 10월초 정부에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당초 10월 말까지 제출을 요구했으나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4·3 배보상이 다른 과거사의 배보상 기준이 될 수 있는만큼 전체 과거사 보상액을 감안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정기국회도 다음달 9일까지로 얼마남지 않았다. 10일 정도 남은 기간에 4·3특별법을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후 임시국회를 열어 밀린 법안들을 연내 처리하기도 하지만 4·3특별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기재부가 빠른 시일 내에 배보상 방안을 수립해 4·3특별법을 다시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4·3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야당측은 4·3 관련 예산이 여러 사업에 매해 책정되고 있는데 배보상까지 이뤄지면 중복지원이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어 갈수록 태산이다. 다만 행안위 소속 제주지역 강창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역사와정의 특별위원회'가 과거사의 한국적 배보상 방식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 주목된다. 그 결과에 따라 4·3특별법 논의도 진척될 가능성이 있지만 힘든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알다시피 제주4·3은 잘못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수만의 양민이 희생됐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중의 비극이었다. 얼마나 많은 도민이 죽었으면 7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정확한 사망자의 통계조차 내지 못할 정도다. 이런 비극을 당한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뒷짐만지고 있다. 올해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정당 대표들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 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속했는데 선거가 끝나자 언제 했느냐는듯이 돌변해 안타깝다. 정치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죽어간 이들의 눈물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진정 그게 아니라면 정치권은 4·3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