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80년 세월 뛰어넘은 두 거장의 만남

보들레르의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1.30. 00:00:00

시인·화가의 영적 교감 조화
시 33편 선별 드로잉 곁들여
국내 첫 선… 전문가 해설도

현대예술을 대표하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와 세계적 화가 앙리 마티스. 두 거장의 만남은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매개로 예술적 교감을 나눈다.

'야수파의 리더'이자 '원색의 마술사'로 불리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마티스는 당대 미술 천재 피카소와 어깨를 견줬다. 보들레르의 시에 매료된 마티스가 직접 선별한 시 33편과 직접 그린 삽화를 곁들여 엮은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 최근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프랑스어 교육문화훈장을 받은 김인환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번역이 곁들여지며 작품 해설에 도움을 준다. 정장진 미술·문학평론가의 그림 해설과 함께 역자가 추가해 번역한 '만물교감'과 '가을의 노래'가 보태지며 그 가치는 배가된다.

1857년 초판이 나오자,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 집약된 '악의 꽃'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낭만주의를 넘어 상징주의를 지향한 보들레르는 기존의 사회적 관념을 깨고 "오직 고통만이 고귀하다는 것"을 느끼며 끊임없이 고뇌, 번민, 좌절을 느끼며 글쓰기에 정진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방황했던 보들레르의 생애처럼 '악의 꽃'에는 유혹과 파멸, 금기와 호기심, 현재와 영원의 극복할 수 없는 간격과 갈등이 가득하다.

당시 보수언론 '피가로'는 이 시집에 대해 혹평을 멈추지 않았고, 법원은 미풍양속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벌금형과 함께 시 6편의 삭제를 선고했다. 그러나 당시 빅토르 위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같은 작가뿐 아니라 앙리 마티스를 비롯한 오귀스트 로댕, 에밀 베르나르, 조르주 루오와 같은 미술가에게 영향을 줬다. 가히, 현대예술의 혁명이다.

시인의 목소리를 들은 화가 마티스는 세월을 뛰어넘은 시와 그림의 조화를 꾀한다. 1944년 여름, 마티스는 '악의 꽃'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시 33편을 고르고 그에 맞는 석판화를 그렸다. 작업은 8개월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석판화 인쇄과정에서 실수로 모두 쓸모없게 된다. 남은 것은 석판화 작업을 위해 연필로 그려놓은 드로잉이 전부다. 결국 마티스는 이 드로잉을 시화 함께 묶고 표지그림과 장식, 타이포그래피를 추가해 1947년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을 출간했다. 당시 인기가 대단해 마티스조차 원본을 챙기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시인과 화가는 8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인간 내면의 어둠과 쾌락을 더욱 극대화하며 예술성을 추구한다. 마티스가 그린 초상화는 보들레르의 작품마다 변하는 시인의 감정을 대신한다. 문예출판사, 1만3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