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언론인 고영일'로 쓴 해방 후 제주 언론사

이문교 편저 '제주 언론의 선비 논객 고영일'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1.30. 00:00:00

"'서울의 변두리' 같이 느껴지는 관문으로서의 제주시 인상은 서울을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다움을 보고자 찾아왔다가 어느 구미의 대도시 일부를 보듯 하는 '닮음'을 오히려 아쉬워하는 것처럼 한 반성을 안겨주는 일이라 하겠다. 여기서 이른바 향토색 짙은 제주시를 내다보는 안목이 요구되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외국의 이름난 관광지가 각각 그 나라 독특의 경관을 해서 자랑삼아지는 것으로도 역설되어질 만하다."

1971년 8월 26일자 제남신문 사설 중 일부다. 47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문투가 조금 낯설 뿐 철지난 이야기 같지 않다. 오늘날 '제주 관광'을 말할 때 '제주다움'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이 사설의 집필자는 제남신문 편집국장과 주필을 역임한 리석(利石) 고영일(1926~2009)이다.

그는 제주카메라클럽을 창설하는 등 사진가로 알려져왔지만 제주 언론 초창기에 활동한 언론인 중 한 명이었다. 1945년 제주신보 기자로 출발해 제주신보 편집부장 겸 취재부장, 해병대 종군 기자, 탐라신보 편집부국장, 순간(旬刊) 영주시보 편집국장과 주필, 월간 개발제주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제주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낸 이문교가 편저한 '제주 언론의 선비 논객 고영일(高瀛一)'은 고인이 남긴 논평 기사를 중심으로 '언론인 고영일'을 조명한 책이다. 그동안 매체의 탄생과 쇠락, 발전 양상 등을 따라 지역 언론사를 살피는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이 책은 '기자 고영일'을 통해 해방 이후부터 1950~70년대 제주 언론사를 들여다봤다.

이번에 수집한 '제주 언론의 1세대 언론인' 리석의 기사는 166건에 이른다. 주제별로는 사회 분야가 가장 많고 행정, 정치, 경제, 언론이 뒤를 이었다. 정부 권력이 강력하게 언론을 통제하던 시대에 제주 언론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논평들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그의 글에는 제주 개발, 제주 관광, 지방자치, 한라산 등에 대해 지금도 유효한 주장들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리석을 사사했다는 편저자는 머리말에서 "단순히 개인의 논고집이라기보다 제주 언론 초기, 특히 4·19 혁명과 군부독재라는 격변기 시절에 제주지역의 여론을 이끌어간 언론 사료라는 귀중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동문통책방. 2만8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