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진정성이 안보인다

편집부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1.28. 00:00:00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체제 개편 을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주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도의회의 요구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추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3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조치 이행에 필요한 예산은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은 26일 열린 2019년도 제주도 예산안 심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강철남 의원은 이날 "원 지사가 장고 끝에 행개위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2019년도 예산안에는 고민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장고 끝에 한 게 아니라 갑자기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명환 의원은 "행개위가 권고안을 제출한 지 1년 5개월 만에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고 있지만 제주도는 되면 되고 말면 말라는 식"이라며 "특히 주민투표 참여율이 33.3%가 안돼 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검토해봤느냐. 그런 의도라면 도민 대기만 사건"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김현민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예산편성 작업 이후에 권고안을 수용했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이는'면피용 구실찾기'핑계에 불과하다.

제주도가 행정체제 개편 추진 의지를 갖고 있었더라면 미리 로드맵을 만들었을 것이다. 주민투표 시기, 주민투표안, 행정권역 조정안, 도민설명회 등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했어야 옳은 것이다.

특히 행개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키로 결정한 것은 제11대 도의회가 출범한 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원 지사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원 지사가 독단적으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제주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2004년 8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 "제주가 잘되고 못되는 것은 오로지 도민과 제주도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동독의 사례를 예로 들며 "동·서독 통합 이후 동독 주민들이 가장 어려워 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잘 몰랐다는 것"이라며 "시키지 않고 누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오랜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하는 시대에 서독 사람보다 역량이 뒤떨어진 것"이라며 자치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주자치도 출범 10여년이 지나면서 주민자치 역량은 성숙해지고 있지만 중앙집중은 여전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도지사 탄생으로 인한 폐단만 커지고 있다. 그 피해는 사업자들과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제주도정이 행정체제 개편을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으로 '건성건성'추진해선 안되는 이유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