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안 놔둔 채 '채무 제로' 꼼수 부렸다니

편집부기자 / hl@ihalla.com    입력 2018. 11.27. 00:00:00

제주도가 1년전에 외부차입금 제로화 방침을 밝혔을 때 도의회에서 논란이 빚어진 적이 있었다. 외부차입금을 모두가 갚겠다며 지난해 상환비용으로 1327억원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다. 도의회는 되레 제주도의 외부차입금 전액 상환 방침을 곱지 않게 봤다. 제주도의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예산을 빚 갚는데 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투자가 아쉬운 곳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집행부와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결국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발표해 '선거용 전략'이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3일 2019년도 제주도 예산안 심사에서 지방채 발행 계획을 집중 추궁하고 나섰다. 강철남 의원은 "BTL(임대형 민간투자방식) 사업에 따른 빚이 4300억원이 넘는데도 빚이 없다고 홍보했다"며 "선거를 앞두고 그런 발표를 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매년 수백억원씩 갚아야 하는 막대한 채무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는 얘기다. 정민구 의원은 "도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지방채를 일방적으로 본예산에 편성한 것은 지방재정법과 제주특별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예산 편성 규정을 어겼다고 꼬집었다. 홍명환 의원은 "2014년 취임 후부터 준비하지 않아 결국 땅값이 3~4배 뛰었는데도 원희룡 지사는 2017년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고 따졌다. 김황국 의원도 "채무 제로를 선언한지 1년만에 지방채 발행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며 "장기미집행 도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둔데다 하수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외부차입금 상환은 부적절했다"고 가세했다.

제주도가 선거를 앞두고 '채무 제로'라는 꼼수를 썼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원 도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 큰 문제는 왜 진작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매입대책을 세우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원 도정이 2014년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일몰제는 사실상 시한이 얼마남지 않은 상태였다. 2020년 7월부터 일몰제 시행이 예정돼 있잖은가. 제주도 최대 현안이었는데도 이를 놔둔 채 선거를 겨냥해 '채무 제로'라는 쇼를 벌인 셈이다. 특히 도의회가 2010년부터 일몰제를 예상해 대비 차원에서 순세계잉여금의 15%를 확보하도록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현안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심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도민 삶의 질 문제와 직결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를 아예 손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원 도정이 굵직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