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서른다섯 콩고 지도자는 왜 스러졌나

에마뉘엘 제라르 등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1.23. 00:00:00

"우리는 흑인들이 자유 속에서 일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 줄 것이고, 콩고를 아프리카 전역을 비추는 태양빛의 중심이 되게 만들 것입니다." 연설 도중 몇 번이나 박수가 터져나와 그는 말을 멈춰야 했다. 1960년 6월 30일 콩고 독립선포식 연설에 나선 초대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였다.

그는 이듬해 짧은 생애를 마감해야 했다. 1961년 1월 카탕카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2월 13일 카탕카 정부 관계자들이 그의 사망을 공식 선언했지만 누구도 의혹투성이인 그 소식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성난 시위대들이 세계 곳곳에서 들고 일어났다.

벨기에와 미국의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에마뉘엘 제라르, 브루스 쿠클릭이 공저한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는 서른다섯 나이에 스러진 신생 독립국 정치지도자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을 파헤쳤다. 미국 아이젠하워에서 케네디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무부와 CIA, 벨기에와 영국의 정보기관이 어떻게 루뭄바의 암살을 모의하고 실행했는지 들여다봤다.

아프리카 대륙은 오랜 기간 유럽의 식민지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대륙을 휩쓴 아프리카 민족주의에 힘입어 1960년 한 해에만 영국, 프랑스, 벨기에에서 독립한 식민지들이 17개 신생국가로 탄생했다.

벨기에의 지배를 받았던 콩고도 그중 하나다. 카리스마 넘치던 30대 지도자였던 루뭄바는 1960년 1월 25일 콩고의 독립 조건을 논하던 벨기에 브뤼셀 협상장의 주역이었다. 그는 콩고 역사상 최초의 민주적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초대 총리로 선출된다. 하지만 취임 반년 만에 공공연히 살해당했다.

두 저자는 콩고의 위기를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한 서구 열강 모두가 그를 죽인 공범이라고 본다. 콩고 독립 직전 쿠바에서 혁명이 발발하자 신경이 예민해진 미국은 루뭄바를 '아프리카의 카스트로'로 여겼고 CIA 비밀 요원들은 그의 암살 작전을 모의했다. 벨기에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아프리카로 보냈다. 세계 평화라는 공공선을 표방하는 유엔은 통제되지 않는 루뭄바 대신 온건하고 협조적인 콩고 정치인이 필요했다. 그들은 루뭄바가 살해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뒀다. 루뭄바의 정적이던 콩고의 정치인들 역시 살인 사건의 주연이었다. 이인숙 옮김. 삼천리. 2만3000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