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49세 남성,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희망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의 '호텔 사일런스'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11.16. 00:00:00

이혼·치매 어머니로 상처 커
힘든 사람들 도와주며 구원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 전해


'삶이 빗나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이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현대인의 삶은 바쁘고 복잡한 시간 속에서 파묻힌다. 지친 현대인들은 힘이 들 때면 무엇으로 하루 또 하루를 사는 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든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계속 목숨을 이어가게 만드는가. 구차하고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삶은 어떻게 의미있고 유용하게 변모시켜야 하는가.

수많은 물음에 대해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는 '호텔 사일런스'를 통해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로 그 답을 풀어낸다. 성경부터 플라톤, 니체까지 적절하게 고전을 인용해 풍미를 더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0'에 선정된 수작이다. 아이슬란드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내의 일방적 이혼 통보와 치매 어머니까지 겹치며 자신의 삶에 큰 상처를 입은 중년 남성이 자살을 하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다.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에서 지내며 삶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호텔 '사일런스'에 머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수리작업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목적을 찾는다. 처음에는 절망적이나, 후미에는 다소 희망적 내용으로 갈아탄다.

49세 남성 요나스는 어느 날 아내로부터 "우리 딸은 사실 당신 자식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고백과 함께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받는다. 또 치매 걸린 노모는 엉뚱한 말들만 반복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전투가 있는 법이지. 나폴레옹은 자기 스스로 결단에 따라 유배생활을 했어. 조세핀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결혼생활에서도 늘 혼자였지." 마치 앞으로 전개될 자기 아들의 인생에 대해 예언하듯….

요나스는 전쟁과 폭력 속에서 살아남은 호텔 '사일런스'로 떠나 삶을 끝내기로 한다. 그러나 성한 구석이 없는 호텔 이곳저곳을 고쳐주다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미스터 다 고쳐'로 불린다. 하나둘 망가진 것들을 고치며 그의 상처받은 영혼도 함께 회복된다. 소설 제목처럼 침묵은 요나스에게 삶의 종착점이었지만 결국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찾는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원제는 'Or'. 아이슬란드어로 '상처'라는 뜻이다. 작가는 흉터에 대해 "벌어진 상처 자국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조직에 있던 원래의 조직과는 다른 조직, 즉 성질이 다른 새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기술한다.

소설은 주인공 요나스의 상처에 어떻게 새살이 돋는지 조용히 지켜본다. 작가는 "침묵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며, 나는 침묵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한길사, 양영란 옮김, 1만5500원. 백금탁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