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의 편집국 25시] 씁쓸한 마음

박소정 기자 / cosorong@ihalla.com    입력 2018. 11.15. 00:00:00

'일·가정 양립'이란 용어에 대해 피부로 와닿기 시작한 건 몇년 안됐다. '일·가정 양립'이란 용어를 수 없이 들어왔지만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결혼 후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면서 아마도 현실의 벽을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일·가정 양립'이란 용어는 2000년대 중반쯤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8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로 부랴부랴 저출산 대책들이 추진됐는데, 200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으로 바뀌게 된 것도 그 흐름 중 하나이다. 요즘은 '일·가정 양립' 대신 '일·생활 균형'이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워라밸(일·생활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한 삶의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1인가구, 한부모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증가하면서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러한 가족형태 중 맞벌이 가족에 해당한다. 일이 끝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로 인해 남편은 퇴근후 홀로 아이를 돌본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제일 먼저 등원하고 제일 늦게 하원한다. 아이때문에 '칼퇴근'을 하며 여전히 눈치를 보는 남편은 맞벌이 가구를 위한 유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육아휴직제도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아이가 아팠을 때는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같이 혼자 벌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이렇게 쓰다보니 더욱 씁쓸해졌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과거보다 확대되기는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었는 지는 모르겠다. 지난달에는 제주도의 아이돌봄 예산이 소진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돼 부모들의 민원도 잇따르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일·생활 균형'의 길은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박소정 편집부 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