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의 문화광장] 세계 청년들의 지구고향이 되는 제주 원도심

김경섭 수습기자 / kks@ihalla.com    입력 2018. 11.06. 00:00:00

지난 한 주, 산지천 일대는 UCLG 글로벌청년문화포럼(GYCF : Global Youth Culture Forum)을 치르느라 분주했다. 북수구 광장에 세워진 아이보리색 부스테이너엔 세계 22개국에서 모인 60명의 청년이 세 팀으로 나뉘어 컨테이너를 한 칸씩 할당받았다. 300개의 전구가 매일 밤 북수구광장을 환히 비췄고, 부스테이너 속도 매일 밤 밝은 조명이 꺼질 줄 몰랐다. 나도 포럼의 일원이 되어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60여 명의 청춘들과 운영진들과 함께 탑동 근처 호텔에 묵으며, 산지천 일대 사무실을 오가며, 북수구광장 부스테이너에서 그 일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방식을 고민했다.

5일간의 일정이 끝나 제안서 발표를 앞둔 마지막 날, 탑동의 호텔에서 나와 북수구 광장의 부스테이너로 걸어가는 길은 감회가 새로웠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살다 보면, 정작 이 관광지를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 집이 있으니 호텔에 묵을 일이 없고, 나고 자라 생활을 하는 곳이니 관광을 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감상을 하게 된다. 이날은 한번 여행자의 시선으로 원도심을 산책해보기로 했다. 햇살이 부서지는 탑동 바다와 활기찬 수산물 시장을 지나 산지천을 따라 걷다 보니 주변의 억새꽃들도 눈에 들어왔다. 산지천 광장에 억새가 있는 줄 몰랐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지나는 곳인데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우리팀의 일본인 친구 가쿠가 억새에서 영감을 받아 퍼포먼스를 제안한 이유를 그제야 이해했다.

국외 친구들의 시각이 귀했다. 그들이 잡아내 준 원도심의 매력에 로컬과 국내 친구들의 재능이 더해졌다. 공공미술을 관계의 마술로 해석하고,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간의,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와 배려, 어울림을 생각하며 커넥션을 주제로 잡았다. 과정에선 억새처럼 유연한 협력이 일어났다. 최고의 능력들을 뽐내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했다.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며 시간을 보낸 북수구광장은 이젠 팀원들에겐 고향이 됐다. 친구를 만들어간 이 공간을 모두가 한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집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친구들은 제주하늘을 지날 때마다, 가장 먼저 이 동네를 생각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 모두 이제 제주를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진 않을 것이다. 소비되기보다는 지속되길 원할테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찾았을 때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길 바랄 것이다. 우리팀이 제안한 쉐어박스는 억새처럼 원도심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이나 도내의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으로서, 프로젝트를 매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 년에 한 번씩 같은 장소에 같은 멤버들이 만나 개개인의 성장을 확인하고, 도시의 발전을 지켜보고,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것을 확인까지 하게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싶었다. 정말로 한 지역이 전세계에서 모인 이들의 지구고향이 된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찾는 고향처럼, 이 많은 청년과 예술가들이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 곳으로 찾아오는 상상을 했다. 얼굴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이나연 씨위드 대표>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