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감귤의 고객 만족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고객

김경섭 수습기자 / kks@ihalla.com    입력 2018. 11.05. 00:00:00

고객 만족이라는 단어의 뜻은 어렵지 않다. 매출이나 이익보다 고객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저절로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난다. 고객 만족은 감귤이 고민해야 될 앞으로의 숙제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 좋은 예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다. 사업철학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 이다. 늘 머릿속에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만족시킬까를 고민하며 회사를 운영한다. 그래서 1999년 처음 인터넷 책방을 시작했을 때는 곧 망할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작년에는 빌 게이츠를 누르고 세계 1위 부자로 올라섰다. 고객이 필요한 것을 만족시켜줬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백화점의 고객 만족 광고다. 고객 만족을 역설적으로 얘기한다. 백화점에 온 착한 고객이 있다. 어떤 불평도 하지 않는다. 직원이 퉁명스런 얼굴로 대해도 미소로 답한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도 불만이 없다. 물건에 흠집이 있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직원이 건성으로 대해도 사려 깊게 대답한다. 정말 좋은 고객이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고객이다.

감귤을 구입하는 고객도 좋은 고객이 있다. 당도가 낮아도 불만이 없다. 시어도 시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감귤이 물러지고 썩어도 항의하지 않는다.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 선물 받은 감귤이 맛이 없어 버려도 잘 먹었다고 대답한다. 정말 착하고 좋은 고객이다. 이런 고객만 있으면 감귤농사는 지을 만하다. 그러나 그 고객은 다시는 감귤을 구입하지 않을 고객이다.

최근 감귤가격이 호조다. 감귤농가가 고객을 만족시킨 결과인지 저절로 좋아진 것인지는 되씹어봐야 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고객인지 영원한 단골 고객인지도 헤아려 봐야 한다.

한라봉이 감귤의 미래인 것처럼 보인 적이 있었다. 너도나도 하우스를 짓고 한라봉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맛도 고객이 좋아할만 했다. 그러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농가들이 고객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당도가 낮아도 불만이 없고 시어도 잘 구입하는 고객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맛없는 한라봉을 구입했던 좋은 고객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고객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한라봉은 미래가 없다.

노지감귤 가격이 좋아진 이유가 감귤농가가 노력해서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귤정책 효과가 더 크다. 2만5천 ha가 넘었던 전체 면적이 5000 ha 넘게 줄었으니 당연히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감귤 면적이 준 것은 농식품부 문턱이 닳도록 정책을 설득하고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빈 담당직원들의 땀과 간벌과 폐원을 추진한 전직 도지사들과 강성근 전 농축산국장 같은 걸출한 인물 덕분일 것이다.

올해 모 농협에 강의하러 간 적이 있다. 조합장이 인사말을 하고 강의가 끝나자 조합원이 모은 강사료라면서 봉투를 내민다. 농협이 주는 강사료는 받지만 조합원이 모아서 주는 것은 받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며 웃으면서 아주 친근하게 거절했다. 필자를 좋은 강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그 농협에 가지 않는 고객이 될 지도 모른다.

대학교수의 고객은 학생이다. 농협의 고객은 조합원이다. 감귤농가의 고객은 소비자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존경 받는 교수, 조합원을 생각하는 농협, 소비자가 신뢰하는 감귤농가가 된다. 단골 고객이 될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고객이 될지는 우리가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제주감귤의 미래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