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통일된 나라, 복지의 나라 꿈꿨던 그들

김자동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1.02. 00:00:00

지금 이 나라의 건국 기반이 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난 기미년 3·1운동을 계기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다. 하지만 일본의 중국침략 확장에 따라 임시정부는 장정의 길을 걷게 된다. 윤봉길 의거 후 상하이를 떠난 이래 항저우,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충칭으로 이동했다. 세계 식민지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27년 동안 우리의 국권 회복을 위해 싸웠던 망명정부였다.

임시정부의 경로를 따라 성장한 이가 있다. 1928년 상하이에서 태어났고 이동녕, 이시영, 안창호, 김구 등 임시정부 주역 품에서 자라난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이다. 김 회장 집안의 독립운동은 대한제국 대신이었던 할아버지 김가진의 상하이 임시정부 망명으로 시작됐고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상한 아버지 김의한, 건국훈장 애족장의 어머니 정정화로 이어진다.

"평생을 임시정부에 대한 기억을 품고 살았다"는 그가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이란 이름의 회고록을 냈다. 2014년 나온 '임시정부의 품 안에서'에 이은 두번째 회고록으로 그 때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실었다. 한국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시대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사연이 더해졌다.

회고록은 귀국 전야 충칭 시절에서 발을 뗀다. 그는 임시정부의 중국 내 마지막 소재지에서 감격의 광복을 맞지만 이내 분단과 한국전쟁이 뒤따랐다. 이 시기에 백범 서거와 아버지 김의한이 납북되는 일을 겪었고 그 후 언론인으로, 사업가로 살아왔다. 1980년대엔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번역 출간했다.

김 회장은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를 말하며 회고록을 맺는다. 때만 되면 애국선열들의 이름을 불러내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나라를 원했는지에 대해선 꺼내놓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임시정부가 충칭에 도착한 뒤 해방된 나라의 국정 지침으로 건국강령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의료비와 학비 면제, 최저임금제, 노동자 대표의 경영관리 참여권 등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오늘날 복지국가의 원형에 가깝다. 김 회장은 "통일된 나라, 복지의 나라가 그분들이 목숨을 던지며 꿈꾸었던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꿈꾸었던 오래된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른역사. 2만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