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⑪ 절물휴양림 앞~민오름~목장길~큰지그리오름~너른목장~바농오름 둘레길~목장길~교래곶자왈~천미천~비자림로

들꽃과 억새의 향연… 곳곳에 가을 산행의 매력

조흥준 기자 / chj@ihalla.com    입력 2018. 10.31. 20:00:00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갈대 사이로 탁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강희만기자
오름 정상서 주변 풍광 만끽하고 들꽃들도 향유
목장길·숲길·하천길 따라 접하는 힐링의 시간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인해 에코투어가 6일에서 20일로 연기되는 동안 가을은 한 발짝 성큼 더 깊어졌다. 고작 2주지만 기다림의 아쉬움이 더해진 걸까. 버스에 탄 탐방객의 표정과 오가는 대화 속에는 유난히 이번 코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날씨가 좋아 가을 산행으로 아주 적합한 것 같다"며 "이번 코스에서는 목장을 많이 지나가는데 목장길을 따라 걸으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싹 날리고 삶의 동력을 재충전할 좋은 기회"라고 이번 에코투어 일정을 소개했다.

지난 20일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열한 번째 탐방이 시작됐다. 이번 코스의 출발점은 제주시에서 가까운 휴양림 중 하나인 절물휴양림 근처였다. 버스에 내려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탐방객들은 첫 목적지인 민오름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나무가 없어서 붙여진 민오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었다. 약간 쌀쌀한 듯한 날씨였지만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오름을 오르자 몸에 조금씩 땀이 차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 40분쯤 걸었을까. 민오름 정상에 도착해 자연이 주는 멋진 경치와 선선한 바람의 선물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이권성 소장은 "민오름이라는 지명은 이곳 말고도 네다섯 곳 정도가 더 있다"면서 정상에서 보이는 오름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이번 탐방객 중에는 서울 등 육지에서 온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탐방객 일부는 정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오름들을 보며 감탄했고, 또 일부는 오름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목장길을 따라 다음 코스로 이동하고 있는 탐방객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큰지그리오름으로 향했다. 큰지그리오름은 민오름보다 높이는 낮았지만, 경사도가 높고 수풀도 우거져 있어 등반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한 식경도 안 걸려 오른 큰지그리오름 정상은 또 다른 절경을 탐방객에게 선사했다. 오름을 내려오자 이번엔 탁 트인 목초지가 펼쳐졌다. 탐방객들은 드넓은 목초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찾아 나섰고, 그중에는 보라색으로 핀 꽃향유에서 드물게 하얀 꽃을 발견해 사진에 담기도 했다.

남오미자 열매
목장길을 지나 바농오름 둘레길을 따라 걷자 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탐방객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 가운데, 탐방객들은 나름대로 사색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중간에 자리를 잡고 먹는 식사도 힐링 타임의 연속이었다. 특히 송아지를 동반한 소 떼들은 식사 중인 탐방객 주변을 지나가길 망설이며 몇 번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용기를 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모두 신기해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꽃을 피웠다.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운, 마치 포근한 자연 속으로 힘껏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식사 후 가볍게 자기소개를 한 뒤 가을 산행은 계속 이어졌다. 삼다수 목장에서 만난 또 다른 소 떼들은 오히려 탐방객들이 신기한 마냥 '소 사람보듯' 서로를 쳐다봤다. 어느 탐방객은 "우리만 너희를 보는 게 아니라, 너희도 우리를 보는구나"라며 소 떼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했다. 오르내리는 능선 없이 평탄한 목장길을 따라 걷고, 가로지르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꽃향유와 흰꽃향유.
걷기 모임(동아리)을 하고 있다는 양선혜(39·여·서울 신림)씨는 "에코투어 일정과 코스를 보고 서울에서 일행과 시간을 맞춰 제주에 왔다"며 "산이나 어느 목적지를 정해 정신없이 다니는 게 아니라 함께 움직이면서 코스와 오름, 꽃 등의 설명을 듣고 여유롭게 걷는 여정 자체가 너무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장길을 지나 들어선 숲길은 탐방객들이 제주의 자연 속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최종 종착점인 천미천의 하천길 또한 오름과 목장길 외에 색다른 길을 걷게 해 줬다.

딸과 함께 왔다는 조정미(49·여·서울 목동)씨는 "제주도 지형을 잘 모르는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겪게 해주는 정말 괜찮은 자연 치유 프로그램인 것 같다"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유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 또한 에코투어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함께 온 구송희(27·여·서울 목동)씨도 "바쁘고 힘든 여정이 아니라 모두가 여유를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도 친구나 가족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3일 진행되는 제12차 에코투어는 서귀포 산록도로~서홍동 추억의 숲길~철탑길~동홍천~한라산둘레길~청소년수련원~영천~미악산~미악산 주차장 코스를 진행한다. 조흥준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