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제주관광, 체질 개선의 마지막 기회

현영종 기자 / yjhyeon@ihalla.com    입력 2018. 10.29. 00:00:00

얼마 전 일본 관광국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증가세를 이어가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15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한 것은 2013년 1월 이후 5년 8개월만이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제21호 태풍 '제비'의 영향이 컸다. 외국인 관광객 1/4이 이용하는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 공항의 침수로 국제편이 일시 멈춘 영향이다. 지난 6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강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한국·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상위를 점하는 주변국은 3~23% 감소했다.

일본은 2008년 국토교통성 관광국(局)을 청(廳)으로 승격하며 일본 관광청(JTA)를 출범시켰다. 제조업 대국에서 관광 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적잖은 관광전문가들은 당시 치열하던 한·일 양국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에서 한국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해석한다. 당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835만명에서 2009년 678만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689만명에서 781만명으로 증가하며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은 관광청 출범과 함께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총리가 의장을 맡는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구성했다. 국장급 이상 관료들을 불러 길게는 몇 시간씩 현안을 점검하고 조율에 나섰다. 중국·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문턱을 대폭 낮추고, 빈집을 외국인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각종 규제를 혁파한 덕에 공항 이·착륙 항공편 또한 대거 늘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광입국을 위한 정책만큼은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이제 일본은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시대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관광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992만여명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감소했다. 제주관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제주관광통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감소세로 전환된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업계에 폐업이 잇따르는가 하면 음식점·관광지 등은 심각한 매출 부진을 호소한다. 이 와중에 저가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원희룡 지사가 최근 주간정책조정회의를 빌어 "고부가가치 휴양관광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질적성장에 대한 상황 판단과 전략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더불어 체류기간을 늘리고, 맛집과 체험관광, 전지훈련과 인센티브 관광 등을 통한 소비지출 증대, 재방문률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지역사회나 업계에서는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불과 몇달 전까지 '오버투어리즘'을 놓고 토론을 벌이네, 대책을 수립하네 하면서 부산을 떨다 갑작스레 자리를 고쳐 앉았기 때문이다. 지속·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인 뒷받침은 고사하고 관광담당 부서나 관광기구에 제대로된 관광전문가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더욱이 금강산 재개방, DMZ 관광지 개발 같은 외부변수들이 가시화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더불어 적극적인 지원과 뚝심있는 정책이 아쉬운 시점이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