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선의 편집국 25시] 삐삐

홍희선 기자 / hshong@ihalla.com    입력 2018. 10.25. 00:00:00

데뷔 10주년 기념 디지털 싱글 '삐삐'를 발표한 가수 아이유. 티저가 발표됐을 땐 1990년대 유행한 휴대용 통신기기인 '삐삐'인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귀여운 경고를 담은 노래였다.

'삐삐'에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직업, 연예인 아이유가 수없이 감당해야만 했던 일들이 가사에서 느껴진다.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라는 가사 속 대중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아이유는 "Yellow C A R D/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매너는 여기까지" 하고 발칙하고도 귀여운 경고를 보낸다. 불편한 걸 불편하다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정중한 사양이다.

요즘은 연예인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타인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살아간다. 스마트폰에 SNS어플 하나쯤 설치하고 여기에 댓글을 달면 알림이 울려 바로 소통도 가능하다. 그런데 오지랖이라는 이름 아래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무차별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듣기 싫었던 말들도 있었다.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얼굴이 푸석하다 몸이 좋지 않냐?"는 지적엔 싱긋 웃어 보이기만 했고 "연애는 언제 할 거야"라는 말에도 "그러게요"라고 대처했다. 하지만 내 자신의 마음을 위해 이런 불편한 말들에 거절과 정색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것도 '정중한' 거절. 무차별적으로 분노와 불편함을 쏟아내면 그저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격이니. "탐색하는 불빛" "오늘은 몇 점인가요?" "당신의 비밀이 뭔지 저마다의 사정 역시 정중히 사양할게요"라는 '삐삐'의 가사는 이런 오지라퍼들에게 정중하게 "선 넘지마"라고 경고하는 세련됨이 느껴진다.

직업적으로 오지랖이 넘치는 이런 글을 쓰는 자체도 오지랖 같지만 아이유의 '삐삐'를 듣고 위로를 듣고 위로 받아보길 바란다. <홍희선 편집부 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