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제주 문화기관장 선발, 무엇이 좌고우면하게 했나

교육문화체육부장 진선희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10.15. 00:00:00

제주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세워진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신임 관장을 뽑는 데 약 1년이 소요됐다. 지난해 10월 초대 관장이 다른 지역 공립미술관장 응모에 참여해 내정되면서 오랫동안 공석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에야 공모를 거친 차기 관장을 발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신임 이사장 공모 공고는 전임자 퇴임식 이후 보름 뒤 이루어졌다. 신임 이사장은 그로부터 40일쯤 흐른 지난달 27일 임명됐다.

제주 대표 공립미술관으로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는 제주도립미술관은 지난 주 신임 관장을 임명했다. 전임자가 물러난 뒤 새 인물 선임까지 약 2개월이 걸렸다.

제주지역 공립미술관과 제주문예재단 수장들이 공개모집을 통해 잇따라 빈 의자를 채웠지만 논란이 있다. 공모 일정, 임명 시기 등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임기를 남겨두고 자리를 비운 김창열미술관은 예외지만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문예재단 이사장은 최소 2년간 근무하도록 명시해놓았다. 연임 여부는 업무 실적 등을 평가해 임명권자인 제주도지사가 정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후임자 선발 여부를 놓고 좌고우면했다. 제주도립미술관장의 임기 연장 여부를 만료일 직전에 통보하는 등 상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 일이 대표적이다. 전임 관장이 퇴임하는 날 차기 관장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었다면 임기 만료 결정 공개를 그토록 미룰 이유가 있었나 싶다.

제주문예재단은 전임 이사장이 2년 임기를 마칠 즈음에 연임을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 역시 제주도의 결정과는 무관한 행보였다.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면 그 취지에 맞게 지난 활동을 들여다보고 미리 가부를 알려주면 되는데 제주도는 그 역할에 소홀했다.

이들은 해당 수장이 갑작스러운 사유로 사퇴하게 된 상황이 아닌데도 제주도가 후속 절차 이행에 뒷짐을 졌다. 그 사이 갖은 억측이 있었고 선발 심사가 진행될 무렵엔 제주도청 고위 공무원이 지원을 권했다더라, 제주지사 부인과 친분이 있다더라 등 공모에 대한 신뢰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임기 시작점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지난해 전국에 걸쳐 개방형직위 공모로 뽑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 제주도문화진흥원장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사업소인 도립미술관의 관장, 출자출연기관인 제주문예재단의 이사장 임기가 9~10월에 시작되는 탓이다.

이에 대해선 일부 공모 기관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 발언을 통해 아쉬움을 털어놓은 일이 있다. 하반기는 새해 예산과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때인데 취임하는 9~10월은 해당 기관에서 이미 그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관에 적합한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물을 앉혔다 치더라도 실제 그 실력을 정책이나 사업에 반영하는 일은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처지다. 2년 임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사실상 임기 마지막 9개월 정도 공모 수장의 '철학'을 드러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가뜩이나 예산이나 인력이 열악한 문화 기관인데 공모 과정만 요란했을 뿐 그들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 문화계 일각에서는 현행 임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필요하다면, 일부 문화 관련 기관장은 제주도정과 보조를 맞추도록 자치단체장 임기인 적어도 4년 동안 이끌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였다. 짧은 임기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일만 벌여놓은 채 수습도 못하고 떠나야 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새겨볼 말인 듯 하다.

한라일보